송악산의 아름다움을 아시나요?

올레길 10코스

by 도도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제주 5월의 평일 오전,

무거운 어깨를 짓눌렀던 가방은 잠시 차에 놔두고,

주머니엔 휴대폰 달랑 하나만 넣고

관광객 모드로 송악산을 걷기 시작한다.


정말 오랜만에 무거운 가방과 스틱 없이

내 몸뚱이 하나만 챙기면 되는 이 자유를 만끽하며
아내와 손을 잡고 룰루랄라 신나게 팔을 저으며

날아갈 것처럼 송악산에 오른다.


안개비가 샤샤 샤샤 얼굴을 살짝 적셔주는데

오르막을 오른 더운 기운이 어느샌가 촉촉해지고

그 산뜻함에 걷는 발걸음이 더욱더 가벼워진다.


이틀 전에 걸었던 올레 10코스,

시간이 부족해 여기 '송악산'만 남겨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그때 다 못 걸은 아쉬움이 말끔히 해소된다.


송악산 초입에서 바라본 바다와 형제섬과 산방산 by도도쌤


20년 만에 다시 오른 송악산,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 꼭대기에 서 있는 것 같다.

바다 위에 붕 떠 있는 기분에 아찔하기까지 하다.


바다만 있었다면 한없이 외로웠을 풍경이

저 멀리 보이는 형제섬 덕분에 둘이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주고 있다.


거기에 산방산까지 아스라이

구름에 가려 두둥 저 멀리 서 있는데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에

사람들도 푹 빠져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송악산 정상에 오르는 이는 생각보다 적다.

다들 둘레길만 걷다 다시 내려간다.

정상에서 보는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아쉽기만 하다.


배가 출출해서 우연히 만난 간이식당에서

해물파전과 해물라면을 먹는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맛이 없으면 거짓말이다.

아내와 나 싹 다 비웠다.

하하하하하하.


간이식당에서 먹은 해물파전(만원)과 해물라면(오천원) by도도쌤


먹고 났더니 배가 부르고 기분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이 풍경이 두 배로 멋져 보인다.


송악산 길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전에는 이런 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송악산 둘레길

걸으면 걸을수록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돌장군들이 흡사 줄지어 서서 송악선을 바치고 있는 듯한 모습 by도도쌤


송악산을 지탱하고 있는 거대 바위들이 내겐

거인 장군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무심한듯한 자태에 자기 할 일을 당당히

하고 있는 믿음직스러운 장군처럼 말이다.


그 장군 같은 바위 뒷모습들도

뭐라 설명이 안 될 독특한 모양으로

아내와 나의 눈길을 마구 사로잡는다.

"어서 여기 서 봐요!"

아내가 나를 재촉한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 by도도쌤


'찰칵'

역시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낫다.

내 모습이 들어가니 경치가 별로다. 하하하하.


여기 송악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단체버스로 와서

시간제한이 있기에

잠깐 둘러보고 내려가신다.


그분들은 송악산 뒷부분에

이런 비경이 숨어있는지 알까?

마음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찍은 바위와 바다 by도도쌤


아내 여기 둘레길이 너무 좋아

한 번 돌고, 또 한 번 더 돌고 싶다고 그런다.

나도 마찬가지다.


수월봉 지질트레일 코스를 걸을 때

겹겹이 쌓인 지층의 흔적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여기가 제일 압건이었다. 이 곳을 꼭 보러 오기 바란다. by도도쌤


굽은 해안선을 따라

지층도 멋지게 굽어 있는데

누가 만들고 싶어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내랑 나 찍고 찍고 또 찍었다.

올레길 10코스에서

이런 비경이 숨어 있을 줄이야!


여기 송악산 둘레길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

걸으면서 처음 알게 된

돈나무 꽃과 인동덩굴 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돈나무꽃과 인동덩굴꽃 by도도쌤


송악산,

잠깐 보고 사진만 찍고 내려가시지 말고,

꼭 한 바퀴 다 돌아보고 가시라고

강력히 말해주고 싶다.


올레길 10코스, 송악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던 날 by도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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