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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un 21. 2022

올레길 8코스, 예래 해안로를 따라 걷다.

월요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는데 날씨가 괜찮다. 오히려 흐려서 걷기엔 더 좋다. 내일부터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 아내와 나 걷다가 중간에 멈춘 올레길 8코스를 거꾸로 해서 걸어보기로 한다.

8코스 끝인 대평포구가 시작점이다. 늘 가던 곳만 가다 한 번씩 이렇게 새로운 동네로의 여행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대평포구 저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들이 장관이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풍경에 "아! 좋다!"가 절로 나온다. 카페 사장님도 나처럼 여기 대평포구가 마음에 들었나? 손님 발걸음을 딱 잡기 좋게 기가 막힌 목에 카페가 자리 잡았다.

가다가 돌아보고 또 가다가 돌아보고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 걷다 보니 산방산에 용머리해안, 저 멀리 송악산까지 해안선이 다 보인다. "캬! 좋다!" 하며 앞을 걷는데 뭔가가 쌩 지나간다. 갯강구인  알았는데 아기 게들이 샤샤 샤샤 내 앞길을 지나간다. 요 녀석들은 무슨 용기로 길가까지 나왔는지 모르겠다.


예래 포구를 지나서 언덕을 올라가니 숲길이 나온다. 시골길처럼 푸근한 이 길 꼭 예전에 외할머니 집 근처 산길 같다. 그런데 모서리를 도는 순간 예상치 못한 해안 경이 펼쳐진다.

초록 풀잎에 둘러싸인 C자 모양의 해안 바위와 성난 파도들이 샤샤샤 소리를 낸다. 지나가던 마을 할머니께서는 "여기 경치가 많이 훼손됐네!" 하시며 아쉬워하는데 내 눈에는 절경이다. 훼손이 안 됐다면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웠단 말인가.

친구 가족이랑 온종일 놀았던 논짓물을 지나니 예래생태공원이라는 곳이 나온다. 초록 자연 풍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아내는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데 정말이지 뱀이랑 멧돼지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자연 그 자체다. 졸졸졸 샘물도 흐르고 산수국도 활짝 피어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초록 멍 때리기엔 최강 코스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엄청 걸었다. 2시간 30분을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고 배도 고프다. 근처 밥 먹을 곳을 찾아보니 제일 가까운 곳이 '국수바다'다. 지나갈 때마다 차가 가득했는데 맛이 궁금했다. 안에 들어가니 제법 크고 사람도 제법 많다. 가격도 제법 비싸다. 하하하. 고기국수 하나, 비빔 하나를 시켰는데 총알같이 나온다. 면이라 회전율이 엄청 빠른가 보다.

국물 맛을 봤는데 구수하다. 전통적인 고기국수 맛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면발이 술술 넘어간다. 깍두기에 면발과 고기를 같이 먹는데 기운이 불끈 솟는다. 아내 비빔국수도 한 입 맛봤는데 매콤 달달하니 제법이다. 아내는 뜨거운 육수가 제일 좋단다. 한입 먹었는데 뜨뜻하니 속이 뻥 뚫린다. 아내와 나 평타 이상은 한다며 4.5점을 줬다. 하하하.



장마 시작 전에 잘 걸었다. 먹구름이 하늘을 타고 슝슝 내려오기 시작한다. 중문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 길도 걸어서 가 보는 영광까지 얻는다. (차가 너무 쌩쌩 달려 목숨의 위험을 살짝 느꼈다.)


잘 걷고 잘 먹었던 하루다. 예래 해안 도로의 아름다운 풍경이 쉬 가시지 않는다.

https://brunch.co.kr/@20be71c6681341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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