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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ug 06. 2022

걸어서 군산오름에 오르다.(제주)

비가 내리는 4월의 어느 날, 차를 타고 군산오름에 었다. 새별오름이 가장 멋진 오름인 줄 알고 있었던 당시, 바다와 오름과 한라산이 싹 다 보이는 군산오름은 가히 충격적이었던 아름다움이었다.


태풍이 왔다 갔다. 세찬 비와 바람이 나쁜 먼지를 싹 날려 보냈다. 제주에 반년 살다 보니 느낌이 팍팍 온다. 시야가 확 트인 이런 날에는 무조건 오름에 올라야 한다. 제주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닫힌 내 마음이 확 트이는 곳,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곳, 군산 오름이 생각난다.


차로 가는 것보단 '예래동 군산 입구'(군산오름 등산로 입구) 가 보라는 '춤추는 나뭇가지'작가님의 댓글에 이번엔 그 길로 찾아간다. 네비를 찍었는데 안 나와서 네이버 지도를 찾아 찾아간다.


군산오름등산로입구, 네이버 지도 앱으로 가다. by도도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길 안내를 한다. 구불구불 올라가니 군산 산책로에 금방 다다른다. 동네 뒷산을 방불케 할 만한 아담한 운동기구와 쉼터가 우릴 반긴다. 산 중턱에 이미 올라온 느낌, 저 멀리 바다가 살짝 보인다. 여기는 확실히 관광객이 잘 모르는 길인 것 같다. 차를 가지고 온 사람은 나 밖에 없다.  

군산산책로 입구, 여기에 주차를 하고 올라간다. by도도쌤


시작부터 오르막 계단이다. 챙겨간 스틱이 도움이 된다. 양치식물의 초록 초록함이 계단길을 즐겁게 한다. 계단길을 한 번 힘겹게 오르니 제법 완만한 길이 나온다. 나무 사이로 오름들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마을 뒷산을 가볍게 오르는 느낌, 바다와 오름을 마음껏 바라본다.by도도쌤

저 멀리 군산 꼭대기에 사람들이 움직인다. 군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힘찬 '야호!'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린다.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정상 아래에 펼쳐진 360도 파노라마 군산 경치. 그 속에서 한 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by도도쌤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우와 멋지다!"라고 소리쳤더니 영상 촬영하던 아내가 "아~~~ 다시 해야 되잖아!"라고 소리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먼저 와서 조용히 담고 있었던 것이다. 군산 정상 바로 밑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캬~" 카메라가 이 풍경을 못 담아서 아쉬울 뿐이다.

탁 트인 곳에서의 풍경 by도도썀


색달해수욕장에서 시작해 논짓물, 박수기정 옆을 따라 걸었던 길이 훤히 다 보인다.

"저기 저 특이하게 생긴 하얀 건물 보이지? 대평포구 옆에 있었던?"

"어! 보인다. 보여."

아내랑 나, 올레길 8,9코스를 걸었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군산 정상에서의 풍경 by도도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한 젊은 남자분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군산 정상 풍경에 제대로 취하셨다. 놀란 똥그란 두 눈으로 폰을 들고 이곳저곳 정신없이 움직이시는데 미러져서 넘어지않을까 걱정이 된다. 처음 군산에 올라 아름다움에 혼이 나간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확실히 두 번째 오르니 여유가 있다. 정상에 있는 이름 모를 노란 꽃도 눈에 들어오고, 산방산을 보며 사계 해안을 따라 걸었던 올레길 10코스 길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군산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 군산을 멀리서 보면, 사자 두 귀가 보이는데 귀 끝과 끝을 걷고 있는 셈이었다. by도도쌤

역시 군산은 군산이다. 숨통이 확 트인다. 아름다운 군산 정상의 풍경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하호호 떠나질 않는다. 그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눈이 즐거워 계속 이곳에 머무르고 싶을 정도다.



쉼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간식에 지친 영혼을 달랜다. by도도쌤

내려가는 길, 쉼터에서 잠시 쉰다. 귤이 입속에서 달달하다. 에너지 바에 지친 영혼이 돌아온다. 파아란 하늘 속 하얀 뭉게구름과 초록 나무를 바라보니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제주가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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