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심리가 그렇다. 싸게 푸짐하게 맛있게 먹고 싶다. 나에겐 햄버거 런치세트가 그랬다. 햄버거 살 가격으로 감자와 음료를 다 먹을 수 있으니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나 같은 교사가 평일 런치 시간에 햄버거를 먹는 건 그림의 떡.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에 데리고 가기 바쁘다.
그렇게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저녁 시간,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터벅터벅 걸으며 퇴근한다. 그리고는 집 근처 햄버거 집을 보면서 '아, 혼자 조용히 점심시간에 싼 런치세트를 시켜 놓고 여유 있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자주 한다.
방학이 왔다. 볼 일이 있어서 밖에 잠시 나갔는데 퇴근하면서 보이는 햄버거 집이 보인다. 시간도 점심시간이고, 가게 안을 보니 평일이라 사람도 없다. 여유 있게 런치세트를 시켜서 싸게 맛있게 먹기엔 안성맞춤인 날이. 상상만 하던 일을 실제 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떨린다.
키오스크로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런치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이 생각보다는 그렇게 저렴하지 않아서 놀랐지만, 이 평일 점심시간에 사람에 치이지도 않고 여유 있게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선물이다.
한 입 물었더니 감동이 밀려온다. 늘 급식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지금 만큼은 행복 그 자체다. 밥 먹다 다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안 해도 되고,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도 안 들어도 되고, 밥 먹으면서 늘 긴장하며 아이들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니 평화롭다.
싸게 푸짐하게 먹으니 좋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햄버거 런치세트를 꼭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여유 있게 느긋하게 나 혼자 점심을 먹고 싶었던 거였다.
오늘 나에게 햄버거 런치세트라는 선물을 해 주니, 나 스스로가 위안을 참 많이 받는다. 그게 뭐라고 한 학기 내내 고생한 내가 뿌듯하다. 햄버거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콤하고, 잘 안 먹는 콜라도 왜 이렇게 달달하고, 감자 대신 시킨 야채도 사르르르 입에서 향기를 내뿜으니 말이다.
내일은 내일의 내가 나에게 무슨 선물을 해주며 하루 행복하게 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