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에게 주는 선물 #3 낮잠

by 도도쌤

점심을 먹었다. 눈이 슬 감기며 나도 모르게 나른해진다. 어디에라도 누우면 몇 시간이라도 잘 것 같은 몽롱한 기분. 이럴 땐 눈 딱 감고 낮잠 딱 30분이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은데. 학교라 자지도 못 하고, 낮잠이 한없이 그립다.


방학이 찾아왔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은 나에게 무슨 선물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바로 '낮잠'이다. 학기 내내 그 달콤한 낮잠의 유혹을 뿌리쳐왔기에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필코 낮잠을 자리라는 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내내 책 읽고 글 쓰고 달리기 하고 점심을 먹었더니 잠이 쏟아졌다. 두 눈이 자연스레 감기면서 내 본능이 이미 이불을 깔고 있었다. 샤워한 것도 한몫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적셨기에 온몸이 한없이 나른해졌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서, 이 피곤한 육체를 이불 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으니 이불이 포근히 나를 감싸는데 뭔가 위로받는 느낌마저 든다.


공간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세상은 정말 바쁘게도 돌아가있을 이 시간에, 나 혼자만 세상 제일 편한 사람이 되어, 꿀맛 같은 낮잠을 자니, 이게 바로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하고, 혼자 피식 웃어본다.


그 짧은 생각도 잠시, 이내 잠에 빠지고 30분만 자야지 했던 시간은 2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나의 세상은 이렇게나 고요한데, 내가 잠을 잤건 안 잤건, 세상은 너무나도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준 낮잠이라는 선물 덕에 머리가 개운해졌다. 에너지도 다시 찼다. 그 힘으로 미뤄둔 설거지도 깨끗하게 하고, 미뤄둔 책 서평도 마무리한다. 낮잠이라는 선물에 몸과 마음이 비워지니, 다시 찰 여유가 생긴다. 올린 서평에 누군가 댓글도 달아주고 하트도 뿅뿅 날려주니 그저 감사하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낮잠이라는 선물 덕에 오후 삶도 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뭔가 새롭다. 마치 하루가 두 번이나 있는 것처럼 길고 의미 있는 거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난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선물 같은 삶이 따로 있나? 내가 나한테 매일 선물을 주면 그게 바로 선물 같은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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