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 모임이 하나 있는데 미리 책을 주문하지 않아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야 했다. 그래 오늘 나에게 주는 선물은 도서관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정했다. 아이들 책 빌려오는 김에 혼자 조용히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 참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점심 이후라 분명히 차를 들고 가면 입구에서부터 한참을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아내에게 주차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자, 도서관 바로 앞에 내려주는 버스가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한다. 이럴 땐 아내 말을 참 잘 듣는 나다.
예상보다 버스가 늦게 오는데 그것마저 좋다. 마음 편하게 버스 정류장에 기대어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니 어디 놀러 가는 것처럼 설렌다. 혼자인 자유, 요즘은 혼자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예상대로다. 도서관 출입구가 들어가려는 차로 길게 늘어져있다. 아내 말을 잘 들어서 천만다행이다. 기다리지 않고, 사람은 바로 정문 통과다. 이럴 땐 두 발이 너무나 고맙다. 룰루랄라 도서관 계단을 성큼성큼 걸으며 도서관 입구를 들어간다.
아이들이 필요한 책을 검색해서 바로 빌렸더니 오후 자유 시간이 통째로 내게 왔다. 집에 일찍 가도 주말이라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노트북으로 프로그램을 볼 것이고,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피곤해서 주말에 자고 있을 테니, 도서관에서 충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이들과 늘 왔으니 1층 아동실에서만 주로 있었다면, 오늘은 느긋하게 2층 성인실로 간다. 아이들만 보다가 어른들을 보는데 그것마저 반갑다. 도서관에 책을 읽는 성인들이 이렇게 많다니 다들 책 읽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누구 하나 간섭 없이 아무 의자에 앉아서 읽다 만 책을 가방에서 꺼내 읽는 이 여유,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지만 이상하게 책을 읽을 땐 그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오롯이 책 속 저자 얘기에 몰입한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고 한다. 쓴 글에 반응이 없어도 주저앉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가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는 자기 글을 읽고 고마워한다고 한다.
읽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땐 두 눈을 감으며 나에게 휴식을 준다. 두 눈을 감고 멍 때리는 이 기분도 참 오랜만이다. 다시 눈을 뜨니 눈이 개운해진다. 주위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니 다들 저마다 책 세상에 빠져 있다. 다들 멋져 보인다. (제 옆 아저씨는 자리에 앉아마자 곤히 잠이 드네요^^;;)
혼자인 자유에 푹 빠져, 책 속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 푹 빠져, 어느새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는 나를 만났다. 짧게나마 인스타에 서평도 빠지지 않고 올렸다. 뭔가 미룬 숙제를 한꺼번에 마친 기분이라 기분도 뿌듯하고 상쾌해졌다.
오늘 나에게 준 도서관이라는 선물이 참 마음에 들었다. 누구 하나 방해하는 사람 없이 오롯이 나로 생각하고 존재하고 기록을 남겼으니, 그 하나만으로 속이 꽉 찬 뿌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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