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인스타와 스레드를 끄적거린다. 잠시 봤는데 30분이 지나갔다. 멍하다. 아까운 시간도 날려 버렸다. 안 해야지 하는데도 다시 휴대전화를 보는 나를 보면 정말이지 휴대전화 중독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기분도 안 좋아지고 시간도 버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럴 땐 무조건 나가는 게 상책이다. 춥지만 걷고 슬로러닝을 하면, 휴대전화로 죽어 있던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되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러닝화를 신고, 아파트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오늘 내게 주는 선물은 걷기와 슬로러닝이다.
역시나 나오길 너무나 잘했다. 옷 갈아입고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나오고 나면 상쾌함 그 자체다. 집안 갇힌 텁텁한 공기를 맡다가 탁 트인 시원한 야외 공기를 맡으니 내 몸과 마음이 절로 좋아라 한다. 왜 그렇게 집안에서는 멍하니 휴대전화만 보는지 밖이 이렇게 좋은데 알다가도 모르겠다.
런데이앱을 켠다. 늘 에너지 넘치는 런데이 아저씨 목소리에 덩달아 나도 에너지가 찬다. 목과 어깨 무릎 발목을 풀고, 스트레칭으로 팔다리를 쭉쭉 뻗어준다. 천천히 걸으면서 내 몸을 살짝 데워준다. 산도 보고, 하늘도 보고, 동박새가 동백꽃 꿀 먹는 것도 본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자연 속의 내가 된다.
40분간 걷기가 끝났다. 바로 인터벌로 들어간다. 4분 뛰고 2분 걷기다. 1분 걷고 1분 뛰기 하다가 이제는 4분까지 뛸 수 있으니 제법 늘었다. 아직 뛴다고는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인 제자리에서 천천히 걷는 수준이지만 내가 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황홀하다. 4개월 전엔 무릎이 아프고 머리도 어지러워 꿈도 못 꿨는데 말이다. 올해 가을쯤엔 정말로 5킬로를 슬로러닝으로 대회까지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내 목표는 빨리 뛰는 게 아니다. 오래 뛰는 거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그렇게 천천히 오래 뛰고 싶다. 그나저나 4분이 오늘따라 길다. 길수록 난 더 천천히 뛰면 된다. 내 목표는 오래 뛰는 것이기에 내 몸에 무리가 되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뛴다. 결국 성공했다. 오늘도 해내고야 말았다.
스레드에서 읽었는데 나이 사오십부터는 운동은 생존이라고 한다. 그런 생존이라는 선물을 오늘 나에게 줘서 그저 행복한 나다.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하나 또 쌓았다. 그 성취감으로 하루하루 해내면 언젠가는 10킬로 하프도 해낼 수 있을 거다. 오늘 하루 나에게 걷기와 슬로러닝이라는 선물을 줘서 너무나 뿌듯하고 행복한 지금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