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효복 Nov 05. 2023

오르골

오르골



                  

식물원에 동물이 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정글 같다

소리가 나는 방향에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있다   

   

빛이 쏟아지는 대형 창 앞에서

종려나무를 스케치하고 있던 나는 반사된 채 지워지고

밀림으로 들어간다     


보이드 도마뱀이 떨어트린 나무 열매를 주웠다

그 옆에 잘린 꼬리가 있다

마른 나무토막 같다

몸통만 남은 도마뱀은 웅덩이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사라지는 것은 언젠가 돌아올 거라 믿는다 종려잎을 흔든다

     

제 냄새에 취한 사향쥐가 꼬리를 잡고 돈다 본능적으로

식물원에선 감정을 감출 이유가 없다

층고가 높고 채광이 좋아 나는 투명에 가깝다

진심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바라보는 일은 만지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손을 놓지 않는다는 말은 따뜻한 말일까 감정도 사막화된다

가시가 사라진 선인장이 꽃을 피운다

가짜인 것 같아 만져봐야 할 것 같고

    

아열대 식물원을 나가면 연못 정원이다

가까운 데서 바라보면 물고기는 물고기 같지 않고

돌아온 것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종려잎이 흔들린다

     

나는 어제의 꼬리를 찾아

야자수 아래 흙더미를 뒤지고 있다

뒤진 곳을 또 뒤진다

축축해지면서





<문장 웹진> 2023.10 발표








어제는 오늘보다 대체로 못마땅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회는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데요. 만족스럽지 못한 지난 시간을 용서하지 못하는 우리움츠러듭니다. 조금 겉돌기도 해요.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고 공감을 하지만 개별적으로 외롭습니다.


음악이 멈추면 다시 태엽을 감아요. 같은 멜로디가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부드럽게 나를 다독이는 시간속에 머물러요. 오류투성이었던 어제가 잠시 멀어져요. 다시 또 다시 태엽을 감아요. 반복되는 후회속에서도 만족이란 없다고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고 싶은걸까요. 아름다웠던 한때를 되새기고 싶어서일까요. 나아지는 기분이고요. 다정해지고요.

이전 01화 카유보트 따라 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