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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Nov 16. 2023

플리마켓

플리마켓   



                              

잊고 있었던 것을 만나게 될지 몰라

여분의 가방을 챙긴다     


건기의 동물들이 불려 나온다

먼지구름이 몰려온다 

땅은 너무 많은 발바닥을 가져서 풀은 자라지 않는다 

진짜일 필요는 없다     


인형의 머릿속엔 똑같은 머리가 여럿 들어가 있다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살점을 내어준 담비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은여우의 목젖도 볼 수 있다 비명을 느낄 수 있다 

잘 말린 사슴과 엘크 고기는 특산품이다 

    

전깃줄에 앉지 못한 새는 발가락을 잃어 친구가 없다

배가 찢긴 채 발견된 바다거북의 눈은 

알이 사라진 방향으로 돌아가 있다     


유리창으로 날아오던 새가 노래를 잃고

우는 영혼들의 등이 구부러져 있다

무거운 감정이 가벼운 농담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빈 상자를 다시 열어본다 

들여다보면 웃게 되는 거울이 있다고 한다

서프라이즈가 반복되면 의심이 커진다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 있다 갈런드에 네가 매달려 있다

온몸으로 잠그지 않으면 반복되는 후렴구 같다

오르골은 새로운 오늘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   

  

가판대가 즐비한 오후의 공원에서 파란 지니가 부풀어 오른다

아름다운 시간이 앞을 보지 못하고 있다    

 

찾지 못한 감정에게 어울리는 저녁이다

텅 빈 놀이터에 홀로 남겨진 가젤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아는데 찾는다는 것을 알면 숨는다 

찾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문장웹진> 2023. 10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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