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
눈과 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혼자가 아니어서 너는 춤을 추는 것 같다
단내나는 흙이 우리를 빨아들였지만
느리게 앞으로 나아갔다
떨어뜨린다
엉키고 더러워진 머리칼을
네온에 물든 갈라진 손톱을
감춰두고 돌보지 못한 새를
돌아가야 할 길을 만들지 않는다
숲을 향하는 우리의 도주는
축제의 불꽃 아래서 들키지 않는데
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
숲을 꿈꾸는 오르페우스 같다
상상한 것을 의심할 줄 모르고
가야 할 곳을 갈 줄 아는 걸음으로
잎을 문질러 어제의 노래를 되살리며 간다
층층이 쌓인 장작을 뛰어넘어
울타리용 나무를 실은 트럭을 지나
발을 빠트리고 선 허수아비와
기울어진 누각을 돌아 나오면
발을 떼는 만큼 멀어지는 숲
숲이 돌아보는 것 같아 손을 뻗어보는데
우린 아직 그곳에 닿지 않고 있다
<문장웹진>2023.10월 발표
그림-금동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