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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Nov 13. 2023

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

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




눈과 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혼자가 아니어서 너는 춤을 추는 것 같다

단내나는 흙이 우리를 빨아들였지만

느리게 앞으로 나아갔다   

   

떨어뜨린다

엉키고 더러워진 머리칼을

네온에 물든 갈라진 손톱을

감춰두고 돌보지 못한 새를

      

돌아가야 할 길을 만들지 않는다

숲을 향하는 우리의 도주는

축제의 불꽃 아래서 들키지 않는데

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

    

숲을 꿈꾸는 오르페우스 같다

상상한 것을 의심할 줄 모르고

가야 할 곳을 갈 줄 아는 걸음으로

잎을 문질러 어제의 노래를 되살리며 간다

    

층층이 쌓인 장작을 뛰어넘어

울타리용 나무를 실은 트럭을 지나

발을 빠트리고 선 허수아비와

기울어진 누각을 돌아 나오면

    

발을 떼는 만큼 멀어지는 숲

숲이 돌아보는 것 같아 손을 뻗어보는데

우린 아직 그곳에 닿지 않고 있다



<문장웹진>2023.10월 발표






그림-금동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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