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쿠미코하우스, 음악이 머무는 집

by 하리볼

“두드림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던 공간. 바라나시의 시끌벅적한 집, 그곳엔 음악처럼 흘러가는 삶이 있었다.”


타블라를 배우러 왔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곳.
이곳, 바라나시의 ‘쿠미코하우스’는
음악이 삶이 되는 집이었다.


타블라를 위한 집을 찾다

타블라를 구입한 뒤,
타블라를 연습할 수 있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찾기로 했다.
그렇게 소개받은 곳이 ‘쿠미코하우스’였다.


일본인 여성 쿠미코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인도음악을 배우기 위해 바라나시에 온
일본인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기분 좋은 정적과 향 냄새,
벽에 쓰인 낙서들과 손글씨로 적힌 일본어 메모들.
쿠미코 씨는 조용히 웃으며 도미토리룸을 안내해주었다.


처음에는 여기가 난민촌 아닌가 싶었지만,
곧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조용한 사람들과 조용한 시간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은
누구 하나 요란한 사람이 없었다.
모두 묵묵히 시타르를 연습하거나
같은 시간에 갠지스강에 나가 명상을 하고,
옥상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곤 했다.


매일 아침과 저녁엔 함께 식사를 했다.
어떤 날은 각자 방에서 악기를 연습하다가
문득 마주쳐 옥상에 앉아 조용히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과 조용한 미소 하나면 모든 것이 충분했다.

“이 음악은, 함께 있어주는 거예요.”

하루는 밤늦게까지 옥상에 앉아
작은 스피커로 인도음악을 함께 들었다.
한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이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거예요.”


그 말이 참 좋았다.


인도음악은
리듬이나 구조를 이해하기 전에
그저 곁에 두는 음악이었다.


바라나시의 두 번째 수업

트리베니에서의 수업이 첫 번째 수업이었다면,
쿠미코하우스에서의 시간은 두 번째 수업이었다.


하나는 연주를 배우는 수업,
다른 하나는 음악처럼 살아가는 수업.


그 집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타인의 속도를 재촉하는 일도 없었다.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도와 음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느려진 시간, 편안해진 마음

어느 순간, 내 안의 시간도 느려지기 시작했다.
손에 든 타블라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그저 소리와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막 익숙해질 무렵, 비자 만료일이 다가왔다.
짧다면 짧은 한 달.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 남았다.


음악이 단지 ‘무엇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을 살아내는 방식’이라는 걸
그 집에서 알게 되었다.


“이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거예요.”


다음 편 예고

7편. 무대와 음악, 바라나시의 밤을 걷다
— 바닥에서 시작된 음악, 조용히 귀 기울이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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