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낯선 리듬과의 첫 만남 - 타블라 수업 입문기

by 하리볼

“기억보다 반복이 먼저였고, 이해보다 감각이 앞섰다. 낯선 리듬이 손끝에서 처음 울렸다.”


인도음악은 듣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낯선 리듬이 손끝에서 울릴 때,
처음으로 ‘음악이 몸 안에 들어왔다’는 감각을 알게 되었다.


“타블라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 한마디가 인도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열어주었다.


공연을 지켜보며 시타르의 화려함에 매료됐지만,
스무 개가 넘는 줄을 손끝으로 조율하는 연주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였다.
그에 비해 북 두 개로 이루어진 타블라는 훨씬 현실적이었다.


단순해 보였고, 리듬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익숙했다.
무엇보다 ‘두드린다’는 행위가
어쩐지 마음속 뭔가를 풀어줄 것만 같았다.

트리베니에서의 첫 수업

타블라 선생은 젊은 인도인, 난두였다.
그는 나를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오, 한국에서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첫 수업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난두는 타블라 위에 손을 올리며 리듬을 시연했다.
“Dha Dha Te Te Dha Dha Tun Na…”
그러고는 내게 악기를 건넸다. “같이 해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리듬은 외웠는데,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
“탁” 하고 울려야 할 소리가 “툭” 하고 뭉개졌다.
열린 음은커녕, 닫힌 소리만 반복됐다.


“괜찮아요. 처음엔 다 그래요.”
난두는 웃으며 다시 보여주었다.


오후 내내 같은 리듬을 반복했다.
한 시간 동안 ‘Dha’ 하나만 연습한 날도 있었다.

‘이게 다야?’ 싶었던 시간들

수업은 느렸고, 더디게 흘렀다.
하루에 하나의 리듬, 그마저도 조심스레.
익숙한 학원식 수업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리듬이 몸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의식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타블라의 매력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타블라의 소리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타블라의 ‘소리’였다.
그저 북을 ‘치는’ 게 아니라
소리를 ‘열고’ ‘울리는’ 악기였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용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계속 두드렸다.


인도음악은 느리다. 하지만 깊다.

처음 10일 동안 배운 건
겨우 하나의 리듬뿐이었다.


하지만 그 하나로
수많은 즉흥 연주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자
그 느림이 오히려 좋았다.


레슨이 끝난 날에는 콘서트를 보았다.
트리베니에서는 매주 세 차례 음악회를 열었다.


타블라와 시타르, 플루트, 사랑기, 산뚜르가 어우러진 밤.
그 무대 위,
난두의 손놀림은 마치 마법 같았다.


“타블라를 배운다는 건, 내 안의 리듬을 찾는 일이다.”


다음 편 예고

6편. 쿠미코하우스, 음악이 머무는 집
— 조용한 수행처럼 흐르던 그 공간, 음악과 삶이 만난 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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