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따라갔던 작은 음악회에서,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고 말았다. 사랑기, 타블라, 향 냄새, 그리고 침묵.”
바라나시 첫날 밤,
그저 친구 따라 간 음악회에서
나는 다른 세계의 문을 열고 말았다.
공연의 시작은 작은 골목에서
다람살라에서 만났던 남아공 친구 댄과 바라나시에서 재회했다.
그날 저녁, 댄이 말했다.
“오늘밤 인도 전통음악회가 열려. 같이 갈래?”
별다른 계획도 없었고, 인도 전통음악이 어떤지 궁금했던 터라 바로 “좋아” 하고 따라 나섰다.
숙소 앞에는 우리처럼 초대받은 서양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인솔자는 낡은 후레쉬 하나를 들고 골목을 이끌었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 바라나시의 겨울밤을 걸었다.
첫 경험, 낯설고 신비로운 그 음악
공연 장소는 ‘뮤직 멜로디 하우스’라는 작은 음악 교습소였다.
낡은 카펫, 향 냄새,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악기들.
관객은 열댓 명 남짓.
우리 모두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았다.
첫 순서는 사랑기 연주였다.
바이올린처럼 생긴 찰현악기.
악사는 연주 전, 향을 피우고 ‘빤’이라는 향료를 입에 넣었다.
그는 말하듯, 읊조리듯 연주했다.
뒤이어 타블라 주자가 등장했다.
북 두 개로 구성된 인도 전통 타악기.
가느다란 손목에서 놀라운 리듬이 쏟아졌다.
사랑기의 느린 멜로디와 타블라의 경쾌한 박자가 묘하게 얽혔다.
‘듣는다’는 것의 새로운 감각
그날 공연은 무대도 없었고 조명도 없었다.
그저 몇 명의 연주자와 몇 명의 관객이
한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땀 냄새 가득한 록 페스티벌만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 낯선 선율은 묘하게 충격적이었다.
한 곡이 끝났을 때, 나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연주는 두 시간가량 이어졌고,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음악은 내 안의 어떤 문을 열어버린 것 같았다.
음악이 이렇게나 조용하고, 깊고, 경건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거창한 영감이나 깨달음 같은 말은 차마 꺼낼 수 없지만, 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다.
“그저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나는 다른 세상에 와 있었다.”
다음 편 예고
4편. 이방인의 귀, 바라나시의 소리를 듣다
— 음악학교 입문기, 언어도 문화도 낯선 그곳에서 타블라를 배우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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