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 낯선 도시였지만 이상하게 편안했다.
바라나시에서 처음으로, 그냥 ‘나’로 있을 수 있었다.”
하루는 강가에서 시작되었다
아침이면 갠지스강으로 향했다.
눈을 뜨고, 강가를 걷고, 햇살이 가트를 물들이는 걸 지켜봤다.
강물을 만지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풍경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조용히 존재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자유는
‘비워짐’에서 시작되었다.
해야 할 일도 없고, 보여줄 사람도 없고,
모든 게 느슨해진 그곳에서
처음으로 깊이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
이방인들과의 음악, 언어를 넘은 우정
트리베니 강습소에는 일본인 수강생이 많았다.
그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바닥에 앉아 묵묵히 타블라를 두드렸다.
인도에 몇 년째 머물며 음악을 배우고 있다는 이들도 있었다.
말을 많이 나누진 않았지만,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내 하루 한 시간의 연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쿠미코하우스에서는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났다.
시타르를 배우는 학생, 플루트를 연주하는 중년 음악가,
기타를 메고 온 일본의 여성 여행자까지.
그들은 모두 낯선 땅에서 같은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밤이면 옥상에 모여 각자의 악기를 연주했고,
마살라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국적이나 언어보다, 음악을 향한 마음이 우리를 이어줬다.
아무 말 없이도 괜찮았던 오후
강습이 없는 날이면,
한 손엔 짜이, 다른 손엔 공책을 들고 동네 카페에 앉았다.
말 한마디 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시간.
하지만 그것조차 충분히 좋았다.
다른 도시였다면 외로웠을 시간이
바라나시에선 고요한 호사처럼 느껴졌다.
음악이 흐르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 리듬 안에 머물고 있었다.
몸이 기억하는 리듬
낮엔 소리 없이 수업을 듣고,
밤엔 소리 가득한 연주를 들었다.
그 사이사이, 타블라를 앞에 놓고
혼자서 리듬을 두드렸다.
어떤 날은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떤 날은 두 시간 동안 한 리듬만 반복했다.
그러다 아주 짧은 순간,
손끝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때가 있었다.
그때의 전율은 지금도 선명하다.
낯섦 속에서 가장 나다웠던 표정
나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낯선 언어, 낯선 거리,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무언가를 잘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면 되는 곳.
바로 그곳이 바라나시였다.
“음악은 언어를 넘는다. 마음이 닿는 방식은 언제나 비슷하다.”
“어디서든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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