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순례자의 도시

by 하리볼

셋째 날 아침, 몸이 이상했다.


전날 저녁 식당에서 먹은 달이 문제였던 것 같다. 아니면 물이었을까.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신 적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세면대 물을 그냥 마셨다.


오한이 왔다. 이불을 뒤집어써도 떨렸다. 3월초의 브린다반은 생각보다 추웠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이건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다. 속이 뒤틀렸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지러웠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가 다시 쓰러졌다.


저녁 아라티 시간이 되자 본당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북소리. 키르탄이 시작되었다. 창문 너머로 아인드라 프라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가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에게 말했다.


"Sick. I'm sick."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Rest. Rest."


약국은 어디 있냐고 물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손짓발짓으로 설명했다. 그는 뭔가 말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방 안에 갇혔다.


창밖으로는 사원 경내가 보였다. 사람들이 오가고, 소들이 풀을 뜯고, 키르탄이 울렸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갈 수 없었다.


나흘째 되는 날, 한 서양인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같은 층에 묵고 있는 미국인이었다.


"괜찮아요?"


"아파요. 많이."


그는 작은 약통을 꺼내 건넸다.


"이거 드세요. 항생제예요."


고마웠다. 약을 먹고 물을 마셨다. 그가 말했다.


"브린다반에 오면 누구나 아파요. 나도 그랬어요."


"왜요?"


"정화 과정이래요. 이 성지에 오면 몸이 반응한다고. 카르마가 정화되는 거래요.“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위안이 되었다. 나만 약한 게 아니구나. 나만 실패한 게 아니구나.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쉬세요."


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다시 누웠다. 정화 과정. 카르마. 그런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팠다.


저녁이 되면 본당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아인드라 프라부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왔다.


"하레 크리슈나..."


나는 침대에 누워 그 소리를 들었다. 참여하고 싶었다. 다시 그 진동 속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어나려고 해도 어지러웠다. 문 앞까지 가봤지만, 계단을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키르탄 소리가 계속 들렸다. 밤새. 멈추지 않고. 그 소리는 위로였지만 동시에 고문이었다. 나는 거기에 없었다. 나는 이 좁은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닷새째, 조금 나아졌다.


프라사드를 조금 먹을 수 있었다. 물도 마셨다. 본당까지 걸어가 뒤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키르탄이 시작되자 다시 어지러워졌다. 열기와 향 냄새. 사람들의 체취. 모든 게 나를 압도했다.

나는 중간에 나왔다. 밖에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려 했다. 하지만 공기조차 무거웠다.


여섯째 날, 더 악화됐다.


이제는 환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크리슈나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푸른 피부의 신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아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나는 생각했다.


'이대로 여기서 죽을 순 없다.'


폐쇄된 공간. 혼자만의 시간. 계속 들려오는 키르탄 소리. 그 모든 게 나를 짓눌렀다. 숨이 막혔다. 방 안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정화 과정? 카르마?


그런 건 다 소용없었다. 나는 그냥 아팠다. 그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일곱째 날 아침, 결심했다.


돌아가야 한다.


2주를 버티고 싶었다. 조지처럼 순례를 완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한계였다. 게다가 방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게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가방을 쌌다.


프런트에 내려가서 말했다.


"I have to go. I'm sick."


관리인은 무표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No refund."


"하지만 2주 결제했어요. 일주일밖에 안 있었잖아요."


"No refund. Rule."


2주치 숙박비 중 절반은 날아갔다. 항의하고 싶었지만, 영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빨리 떠나고 싶었다.


'그냥 기부한 셈 치자.'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분했다. 억울했다.

브린다반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델리로 향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ISKCON 사원의 첨탑이 멀어졌다. 나는 일주일밖에 버티지 못했다.


조지 해리슨은 여기서 무엇을 찾았을까. 그는 아프지 않았을까. 그도 이렇게 도망치듯 떠난 적이 있었을까.


답은 알 수 없었다.


그 여정은 실패였을까? 아니면 나의 순례는 거기까지였던 걸까?


창밖으로 브린다반의 풍경이 흘러갔다. 좁은 골목. 사원의 첨탑들. 야무나 강. 그리고 사라졌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아인드라 프라부의 키르탄을 들었다. 그 하모늄 소리를, 그 목소리를, 그 진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소리는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침묵 속에서도, 그 마하만트라는 계속 울렸다.


"하레 크리슈나, 하레 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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