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다반으로 가는 길

by 하리볼

2009년 2월, 알라딘 음반 MD를 그만두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은 단순했다.


"조지 해리슨이 사랑한 신을 만나보고 싶다."


하지만 사직서를 쓰는 손은 떨렸다. 인터넷서점 음반 MD라는 안정된 직업. 매달 들어오는 월급. 회사 동료들의 시선.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로 간다는 게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인도에서 뭐 하게?"


동료가 물었을 때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크리슈나를 보러 간다고? 조지 해리슨이 순례했던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그 어떤 말도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웃었다.


"좀 쉬려고."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전부를 말한 것도 아니었다.


사직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인도행 항공권을 끊었다. 델리행 직항. 출발일은 2월 말. 돌아오는 표는 끊지 않았다.


델리 공항에 내렸다. 공기가 낯설었다. 습하고 뜨거웠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수십 명의 택시 호객꾼들이 몰려들었다.


"Where you go? Where you go?"


나는 손에 적어온 메모를 보여줬다. 브린다반. 그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택시로 안내했다. 흥정 끝에 합의한 가격. 아그라를 거쳐 브린다반까지.


택시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흘러갔다.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소들. 먼지. 색색의 사리를 입은 여자들. 릭샤와 오토바이와 트럭이 뒤엉켜 달렸다.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창문에 기댄 채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조지 해리슨도 이 길을 지나갔을까. 1966년, 혹은 1974년. 그가 처음 인도에 왔을 때도 이런 풍경이었을까.


아그라를 지나 브린다반으로 접어들 무렵,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길가에 작은 사원들이 보였다. 가끔 하레 크리슈나를 외치는 사람들의 행렬이 지나갔다.


드디어 ISKCON 사원이 보였다. 화려한 색채의 건물. 예상보다 컸다. 택시는 게스트하우스 앞에 섰다.


게스트하우스 프런트에서 2주치 숙박비를 선불로 냈다. 루피 뭉치가 손을 떠나는 순간, '정말 2주를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스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브린다반에 있었다.


방은 2층 끝이었다. 침대 하나, 작은 책상, 창문. 벽에는 크리슈나와 라다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짐을 풀고 창문을 열었다.


향냄새가 밀려들어왔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냄새. 먼지가 섞인 공기가 목을 긁었다. 멀리서 소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샬라였다. 조지 해리슨이 사랑했다는 그 소들이 바로 저기 있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조지 해리슨에 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 사진, 메모, 인용구. 그것들을 펼쳐놓고 보니, 여기까지 온 이유가 조금은 분명해졌다.


나는 조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왜 그가 비틀즈의 명성을 뒤로하고 인도로 왔는지. 왜 크리슈나를 노래했는지. 왜 마지막까지 하레 크리슈나를 읊었는지.


그 답을 찾으려면 여기에 와야 했다.


저녁 식사 시간. 본당 옆 식당에서 프라사드가 제공되었다. 쌀, 달, 사브지, 차파티. 접시에 음식을 받고 긴 테이블에 앉았다. 주변은 온통 낯선 얼굴들. 서양인들, 인도인들. 모두 침묵 속에서 식사했다.


음식은 간단했지만 맛있었다.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서 먹기 편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석양이 지고 있었다. 사원 경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북소리. 아라티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본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도 그 흐름을 따라갔다. 신발을 벗고 본당 안으로 들어섰다. 향연기가 자욱했다. 촛불이 수백 개 켜져 있었다. 단 위에는 크리슈나와 라다의 신상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기 시작했다. 나도 구석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흰 쿠르타를 입은 사람들, 주황색 옷을 입은 승려들. 그리고 맨 앞에, 므리당가 앞에 앉은 한 사람.


이마에 선명한 틸라크 자국. 강렬한 눈빛.


그가 아인드라 프라부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또 그의 키르탄이 이 사원의 전설이라는 것과 그가 이듬해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 역시.


그는 하모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느리고 깊은 박자. 그리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Hare Krishna, Hare Krishna..."


나는 여행자인가, 순례자인가.


그 질문은 첫날 밤, 침대에 누워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키르탄 소리가 들렸다. 밤이 깊어도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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