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짜로 별에서 왔다.

아주 작은 우주 조각의 경이로운 탄생에 대하여

by 공상과학철학자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에 대해 탐구해 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철학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리즈입니다.


지난 화에서 우주의 빅뱅, 4가지 힘의 절묘한 균형 등을 통해, 마치 신이 설계한 것 같은 우주의 신비로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앞서 꺼냈던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다. 가수 윤하가 노래했던 '별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다.



무슨 이유로 태어나

어디서부터 왔는지

오랜 시간을 돌아와

널 만나게 됐어

의도치 않은 사고와

우연했던 먼지덩어린

별의 조각이 되어서

여기 온 거겠지

[윤하, '별의 조각' 中]



윤하는 왜 별의 조각으로 태어났다고 했을까? 우리도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태초로 돌아가 다시 한번 짚어보자.


우주 빅뱅 초기,


엄청난 양의 점 입자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광(光)자와 전(電)자, 그리고 조금은 생소한 쿼크(Quark)다.


이 각기 다른 쿼크는 3개씩 뭉쳐, 한 덩어리는 중성자, 한 덩어리는 양성자가 만들어진다. 쿼크가 뭘 하는 녀석인지, 쿼크의 6가지 종류나, 업쿼크, 다운쿼크 등의 복잡한 성질은 몰라도 괜찮다. 다만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더 작은 단위라는 점만 기억해 두자.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성자, 양성자, 전자 세 가지다, 이것은 세상 모든 원소의 공통 구성물질이자, 세상 곧 자체가 된다는 점만 잊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빅뱅에서 점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면서 이 물질들은 초기 좁은 공간에서 서로 활발히 뭉치게 되는데, 가장 먼저 플러스(+)의 성질을 가진 양성자 1개와 마이너스(-)의 성질을 가진 전자 1개가 결합해 원소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의 원소기호는 H.


드디어 우주에 '수소'라는 첫 번째 원소가 생겨나는 순간이다.

수소는 헬륨으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중성자를 가진 중수소를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 상태 수소의 양성자는 다른 양성자와 붙을 일이 없으므로 중성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우주 초기에 수소와 점입자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다 보니, 예상치 못한 현상이 나타난다. 양성자 1개가 다른 양성자 1개를 만나 쌍을 이루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는데, 가까이 접근한 양성자들이 플러스(+) 성질을 가지다 보니 서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 바로 중성자가 슬그머니 등장한다. 중성자는 플러스(+), 마이너스(-)의 전기적 성질이 없다 보니 양성자를 밀어내지 않고, 근접 거리에서 작용하는 강한 핵력으로 양성자를 잡아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양성자 하나는 중성자 하나와 붙어 '양성자 1 + 중성자 1 + 전자 1'인 중수소(중성자가 붙은 수소)가 된다. 그리고 이 중수소 하나는 마침내 다른 중수소 하나와 결합해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 전자 2개의 또 다른 결합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양성자 2개짜리 두 번째 원소 He. 바로 헬륨이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양성자 3개, 전자 3개, 중성자 4개(중성자가 3개일 때보다 4개일 때 양성자를 더 잘 잡아둠)인 리튬이다.


이런 식으로 양성자들은 빅뱅 초기, 그리고 별의 중심부에서 뜨겁게 밀집돼 핵융합 하는 과정에서, 중성자, 전자와 함께 결합 개수를 늘려 새로운 원소들을 계속 만들어 갔다. 양성자 4개가 결합한 베릴륨, 5개짜리 붕소, 6개 탄소, 26개가 결합한 철까지...


그리고 아주 안정적인 철까지 만들고 나서 더 이상 스스로 팽창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 수 없었던 큰 별들은, 결국 중력 붕괴되어 버리고 만다.

쪼그라드는 중심에서 엄청난 압력과 초고온 상태를 견디지 못한 별은 결국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고, 그 순간 더 무거운 원소들을 결합시켜 냈다. 양성자 27개가 결합한 코발트부터 92개가 결합한 우라늄까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92가지의 원소들은 초신성 폭발과 함께 우주 곳곳에 뿌려지게 되었다. 나중에 태어난 별들 중 하나인 태양계가 있는 곳까지도...

※ 인공적으로는 양성자 118개가 결합한 오가네손까지 잠깐동안 만드는 데 성공. 양성자 개수가 너무 많아지면 서로 밀어내려는 플러스(+) 성질로 불안정해져 오래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않은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성질은 변한 것이 없는데, 그 개수의 결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질의 원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말이다.


이 결합에 따라 어떤 원소는 양성자 1개 전자 1개의 폭발성을 가진 수소가 되기도 하고, 어떤 원소는 양성자, 전자 각 79개와 중성자 118개가 모여 찬란한 빛을 내는 금(Au, 원소번호 79번)이 되기도 한다.

이 차이는 오직 양성자, 전자, 중성자 개수가 몇 개로 결합되어 있느냐의 차이일 뿐인데도 말이다. 마치 똑같이 생긴 레고 블록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은 자동차가 되고, 어떤 것은 궁전이 될 수 있듯이...


사람은 어떨까?


사람 몸의 구성을 보면, 수소(H) 탄소(C) 질소(N) 산소(O) 칼슘(Ca)의 비중이 약 98%를 이룬다. 사람 몸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이 H, C, N, O, Ca 원소를 한 개씩 모아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현미경 속에서 42개의 양성자와 42개의 전자, 그리고 41개의 중성자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



수소(H) : 양성자1 전자1 중성자0

탄소(C) : 양성자6 전자6 중성자6

질소(N) : 양성자7 전자7 중성자7

산소(O) : 양성자8 전자8 중성자8

칼슘(Ca) : 양성자20 전자20 중성자20


합계 : 양성자 42 전자 42 중성자 41


그중 칼슘은 양성자 20개, 중성자 20개, 전자 20개로 이루어진 매우 단단하고 안정적인 물질이면서, 동시에 물에 잘 녹는다. 멸치가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칼슘이 추출되고, 혈액에 녹아 이온화되어 온몸 구석구석에 공급된다. 이렇게 단단한 칼슘 원소의 유용한 성질을 이용해, 우리는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뼈와, 음식을 씹는 치아, 근육 수축과 혈액 응고 성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똑같이 다를 것 없는 양성자, 전자, 중성자인데, 그 결합 개수에 따라서 각기 다른 성질의 원소가 만들어지고, 우리 인간의 몸에 적합한 원소를 적합한 형태로 가지고 있다는 것. 인간의 구성 성분이 기본적으로 우주의 탄생에서 왔고, 별들의 구성 성분과 같다는 것.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밤 산책을 하며 올려다본 하늘 속 반짝 빛나고 있는 하나의 별... 그 별의 조각이 바로 당신과 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분이나, 지하철의 손잡이 역시도 모두가 양성자, 전자, 중성자라는 우주의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인간이 우주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에서 그렇게 아주 크게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 그것들과 다른 극명한 차이는, 우리는 스스로 움직이고, 고도로 생각하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후손을 태어나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무기물인 양성자, 전자, 중성자로 가득 찬 우주에서 별의 조각이 태어났고, 마침내 그 조각들이 어떻게 스스로 별과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까지 되었을까?


지금 바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윤하 '별의 조각'을 감상하며 우주와 사람에 대한 힌트를 느껴본다면 어떨까...


https://youtu.be/CWTwiE15pdY?si=FvfEC5Fs7-TzSd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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