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최종화)

유전자의 최종 목표 - 번식

by 공상과학철학자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시선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감을 생각해 보는 철학 시리즈입니다.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아마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것이다.

이성 문제, 가족 갈등, 사회에서의 평판과 체면, 먹고살 걱정이 없지만 남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싶은 문제, 사회 속의 커리어 문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외모 문제...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은 내가 아플 때 잠깐 몸 걱정을 할 때뿐이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추구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무리생활까지 하니, 당연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궁리해 보자.

우리는,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생존과 번식에 효율적일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람 무리(사회) 속에서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을까?



인간은 ‘착한 사람’을 고르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관계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과 이득의 계산에 가깝다.

유전자는 “이 사람이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인가?” 이렇게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 이 사람과 가까이 있어도 해를 입지 않는가

✔️ 이 사람은 내 자원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가

✔️ 위기 상황에서 협력할 수 있는가

✔️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가


그래서 인간관계의 첫 번째 조건은 해를 끼치지 않는 능력이다.

원시 부족이 근현대든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것은 곰이나 호랑이가 아닌 사람이었다.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문화에 속해있다고 동질성이 느껴지는 사람,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으며, 타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 사람.

유전자는 '이득을 줄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손해를 줄 가능성이 낮은 사람'을 먼저 선택한다. 그래서 특별히 대단하지 않아도 무해한 사람 곁에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



인간은 적극적으로 이득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손해만 피하며 관계를 맺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분명히 실질적으로 득이 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한다.


돈을 잘 버는 사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음악, 미술처럼 높은 예술성을 가진 사람, 재치 있는 말로 분위기를 바꾸는 사람, 함께 있으면 웃게 되는 사람, 지식과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 재미있는 놀이와 장소를 많이 아는 사람,

또, 내 후대 유전자(후손)를 잘 기르는데 힘이 될만한 건강하고 헌신적인 남자, 내 후대 유전자를 잘 낳을 것 같은 골반이 큰 여자,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해줄 것 같은 가슴이 발달하고 자애로운 여자...


이 모든 것은 유전자 입장에서 분명한 이득이다. 지속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 확률을 높이고, 영향력은 보호와 선택지를 넓혀주며, 균형 잡힌 외모와 유머는 건강과 사회적 적응력을 암시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린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본능이다.



잘 보이려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끌리는 사람은 '잘 난' 사람이지. 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플러스가 될 이득이 잘 안 보이고, '나한테 잘 보여서 뭔가를 얻어가려 한다'는 손해의 우려를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를 잘하겠다고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리고 SNS에 자기를 억지로 과시할 필요는 없다.

관계는 접촉의 빈도로 만들어지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 내 삶을 꾸준히 관리하고

✔️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 예측 가능한 태도를 갖추고

✔️ 타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동시에 내가 가진 작은 강점(타인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조용히 가꾸는 것이다. 꼭 돈이나 권력이 아니어도 된다.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람,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사람, 나에게 해를 주지 않는 사람. 이 역시 분명한 이득이다.


지구를 향해 날아가는 운석은 타서 사라질지, 부딪힐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구는 그 모든 것을 끌어당겨 자신의 에너지로 삼는다.

지구는 운석을 쫓지 않는다.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관계도 비슷하다.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궤도를 유지한 채, 마음을 연 채로, 배타적인 태도만 아니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끌려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배타적인 태도로, 마음을 닫은 채로, 자기가 속한 무리에 잘 보이기(또는 잘나 보이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모습이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겪는 사회적 갈등과 파괴,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도 이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무리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도한 생존 욕구가 가상의 적을 만들어 무리를 결속하고, 다른 생명체들을 불필요하게 해치며, 지구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거나, 심지어 이 자원을 위해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하나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생명체에게 생존보다 더 강력한 본능은 '대를 이어 생존(번식)'하려는 본능이라는 것.


당장의 생존을 위한 갈등과 파괴가, 점점 대를 이어 생존하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유전자에게 더욱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생존이다.

그리고 이는 거창한 해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타인에 해를 주지 않는 태도, 마음을 닫지 않는 관계,

그리고 함께 있어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에필로그.


2025년 12월의 문턱, 이렇게 또 한 권의 브런치북 30 편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 단위인 남녀 관계로부터 출발해, 사람들의 갈등, 경제와 정치, 사회 구조와 집단행동, 지구 환경과 인공지능의 미래까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하나의 공통된 힘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으려는 본능(생존)', 그리고 '대를 이어 살아남으려는 본능(번식)'.


사람의 관계, 즉 사회 이야기에 과학의 색을 입혀서 해석해 보는 것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습니다.


구태의연하지 않게 최대한 신선한 관점에서 써보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과학적인 오류를 일으키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작은 하나라도, 마음이나 생각에 도움 되는 구석이 있었던 글이었다는 평가라면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를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동료 작가 여러분께 깊은 감사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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