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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청소 알바, 2주 후기

by 일용직 큐레이터

노가다 일이 끊겼다.

아파트 준공일이 임박해

인력이 확 줄었다.


공장 알바는 드문 드문 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


이케아 청소 알바, 2주, 일당 12만 원

대충 쓸고 닦고, 청소기 돌리면 되는 일이겠지~

싶었다.

지원하니 를 물어본다.


고소 공포증이 없냐 묻는다.

단순 청소는 아닌 듯싶다.

그러니 일당이 12만 원이겠지...


약 2주간 이케아 청소 알바를 구했다.

이케아 천정 부분에 위치한 전선 라인을 청소하는 일이다.


이케아_ikea_기흥점_주말_일요일_저녁-23-1.jpg


이케아를 자주 갔는데도 인지하지 못했다.

천정 부분에 흰 라인이 바둑판처럼 짜여 있다.

내부에는 전선이 지나가고 조명을 달기도 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수북이 쌓인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높이가 상당하다.

2~3m 높이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드린다.


한 손으로 흰 라인을 잡아 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 청소기 호스를 잡는다.

중심이 위태 위태해 손과 발에 힘을 꽉 쥐어야 한다.


3층부터 1층까지 매장 전 구역을 청소한다.

그래서 2주나 걸린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하는 조건이다.


청소업체 직원 2명, 알바 3명

총 5명이 한 팀을 이뤘다.

직원차에는 청소기, 사다리를 비롯해

매일 먹고 마실 물과 간식이 실려있다.


부산 이사 후 이것저것 사러 이케아를 자주 방문했다.

북유럽식이라며 이케아 식당에서 파는 메뉴를 좋아하던 와이프다.

그곳에 난 청소를 하러 왔다.


모두가 빠져나간 이케아에 진입한다.

안전모를 쓰고 안전화를 신는다.

내 키보다 훨씬 큰 무거운 사다리를 옮긴다.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하고 청소기를 끌어

먼지를 제거한다.


사람이 없으니 냉방을 하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오르니 덥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머리에 물 한 바가지를 끼얹은 듯

땀을 쏟아냈다.

그날로 땀 흡수용 헤어밴드를 주문했다.


일은 힘들지만 일당이 세다.

9시부터 5시까지지만 일찍 마치면

4시, 3시에도 끝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 방송을 들으니 지겹지는 않다.

몸은 고되고 땀은 흐르지만

2주 동안 알바 구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


월요일은 주간 스타벅스 물류센터

야간 이케아 청소 알바를 뛰었다.

하루에 알바만 두 탕을 소화한다.


24시간 동안 잠자지 않고 일만 한다.

일당은 22만 원.

몸을 갈아 넣으며 버티고 있다.


사다리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일하는 게 쉽지 않다.

먼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숨만 쉬어도 가래가 끓는다.

땀을 몇 리터나 쏟아내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직원들은 친절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게 해 준다.

딱 일만 한다.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말없이 고기만 먹었다.

딱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다.


함께한 알바 분들은 본업이 있었다.

주간에 본업을 뛰고 야간에 투잡을 한다.

나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걸 보니

내가 아직 배가 덜 고픈가 싶다.


이케아 알바가 끝나면 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언제까지 알바만 하며 버틸 수 없다.

일당이 세다 해도 목돈이 되지 않는다.


한 달에 며칠만 일이 없어도 수지를 맞출 수 없다.

이제 결단 해야 할 시기가 됐다.

와이프가 러시아에서 돌아온다.


매일 알바를 구하며 연명할 수 없다.

모든 걸 내려놓고 어느 한 곳에 정착해야 한다.

내려놓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포기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었다.


섬유공장, 기계조작 기사 구인

별생각 없이 지원했다.

아니,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공장은 다 지원서를 냈다.

50군데 넘게 지원했지만 나에게 연락이 온 곳은

딱 이곳뿐이다.


섬유공장이라니...

무슨 일을 하는지 감도 안 온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말에 그러리라 했다.


알바보다는 낫겠지...

지금은 이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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