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이다.
일정으로 꽥 채운 하루를 보내고 났더니 피곤하긴 한가보다.
다른 날처럼 네시에 눈을 뜨긴했지만
다시 눈을 꼭 감았더니 여섯시까지 더 잤다.
앞으로도 눈을 절대 뜨지말고
꼭꼭 감고 있어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제 가장 마음 아픈 일은 야심차게 준비한
레고 사이언스 특강 참가자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고
어제 가장 기뻤던 일은 레고 사이언스 강사를 맡아주신 대표님과
귀갓길에 우리나라 과학교육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물론 라이딩을 해주셔서 내 피로도를 확연하게 줄여주신 것도 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의 생일을 기억해준
여러 사람들과의 톡도 있었다만
누구에게인가 아직 잊히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감사 그 자체이다.
레고 사이언스 대표님은 고등학교 물리교사 출신이다.
페북 친구로 알고 지낸지는 10여년 정도 되었는데
일로서의 만남이지 어제 저녁처럼 과학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것은 처음이다.
로봇 동아리를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지도하셨었고
(나도 과학동아리를 올 2월까지 지도했고
어제도 그 녀석들의 생축 메시지에 울컥했다.)
순진했던 과학교사를 누군가가 부축여서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했고
(물론 교육과 연관된 사업이기는 하다만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저절로 알 수 있다. 나도 이제 겨우 연구 용역 하나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있으니.)
아마도 사업으로 돌아선 후 학교에서처럼
편한 마음으로 지내는 시간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요즈음의 학교 상황도 마음편한것만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한 시간 정도의 퇴근길은 짧았고
이야기 마지막에 <우리처럼 실험과 활동에 열심인 과학교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한번도 생각 안해본 내용이다.
신월동 언덕배기 내 첫 학교의 과학교사는
모두 4명이었다.
나와 대학선배 1명, 그리고 S대 출신 남교사 2명.
물론 내가 제일 신참이었는데
학생 인원수를 볼 때 교사 1명이 한 학년을 모두 맡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첫해 내가 처음이라고 1학년 수업만 주었고
S대 출신 선생님이 나머지 1/3 정도를 맡으셨는데
그분은 실험이라고는 한번도 하지 않는(본 적이 없다.)
자신은 모든 과학을 말로서 설명가능하다는 분이셨다.
그 다음해는 대학 선배와 동학년 수업인데
<너는 왜 실험을 자꾸해서 나를 힘들게 하니?> 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신 분이셨고
마지막 한 분은 천재과인데 아예 수업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분이셨다.
이러니 내가 그 학교 과학 교사중에 인기짱이 된 것은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었다.
나는 교과서 실험은 모두 다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학생들과 예비 실험을 해가면서 고군분투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픈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때의 기억들이 나를 정년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실험을 열심히 하는 과학교사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만큼 실험 수업에는 노력과 어려움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한 학교에 1명 정도 있을지도 모른다만(학교마다 운이 다르다.)
그 선생님의 노력이 우리나라 과학교육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학생일 때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은 그때는 알지 못한다.
한참 지나고서야 자기 자식을 키울때쯤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렵지만 오늘도 히스토리가 있는 과학실험과 활동을 준비하는 많은 선생님들. 지치지 마시라.
나도 했으니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
어제 저녁 대표님과의 수다가 나의 열정을 다시금 살아나게 해주신 것이 틀림없다.
이것보다 더 멋진 생일 축하 선물도 없지 싶다.
생각이 비슷한 그리고 실천력이 비슷한 동료를 만난다는 것은
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고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다.
그게 팀웍이고 네트워크이고 동기부여임에 틀림없다.
(어제 활동 간식사러 내려가는 길에 본 슈퍼문이다.
이쁘고 멋지게는 못찍지만
제자들에게 달을 올려다보는 기쁨을 알려주었으니 교사로서는 이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