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와 방아잎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사실 매일 매일 생각난다. 내가 그리 효녀도 아닌데 말이다.)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랫동안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다.
누워서 눈감고 콧줄과 뱃줄에 의존하셨던 시간동안에는
어버이날이라고 맛난 거 대접을 할 수 없었다.
잘 드실 수 있을 때 맛난 것을 더 사드리고, 해드리고 했었어야 했다.
이제는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시아버님께서는 본인의 생신상을 오랜만에 전 가족이 모여서 맛나게 드신 후
며칠 되지 않아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갑자기 돌아가시니 놀랍고 안타깝기는 하였으나 아파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부러운 일이라는 것을 친정 부모님을 보내본 이제는 알겠다.
90이 넘으신 시어머님은 올 3월 생신 이후로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
얼마 전에는 전화로 자신의 그릇, 음식 기구, 시계 등을 가지고 가라고도 하셨다.
시어머님의 음식에 대한 진심을 알기에 놀라웠다.
나는 결혼해서 1년 정도 시댁에서 함께 살았었다.
그 때 처음 해본 음식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결혼 후 첫 여름을 맞이해서 먹은 콩국수.
아마 시댁에서도 자주 해먹던 것은 아닌 듯 한데 새 며느리에게 보여줄 겸 특식을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이날까지 콩국수란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이지, 집에서 만들어먹는 것은 아닌 줄 알았었다.
콩을 불려서 믹서에 넣어 돌려서 국물을 만들었다.(생각보다 그 당시 믹서의 기능은 좋지 않아서 시간과 노력이 꽤 들었다.)
문제는 국수였다. 세상에나 밀가루를 치대고 밀기를 반복하고 그것을 잘라서 면을 직접 만드시는 거다.
아마 그날 콩국수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족히 한 시간이 훨씬 넘었다.
더운 여름에(그 당시는 에어컨도 없었을 때다)
내가 주방장은 아니었지만 서툰 주방 보조로 오랜 시간 노력을 다했으니
그 콩국수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일까? 그날 밤 나는 설사를 호되게 했다.
시댁에서 처음 맛본 음식 또 한가지는 방아잎이였다.
방아잎을 잘게 썰어서 나물로 무치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기도 하셨는데 그 맛이 참으로 오묘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렇게 먹는다 하셨는데 정작 시어머님 본인은 충청도 분이시다.
그 이후에 방아잎을 본 것은 추어탕집에서 였고(추어탕을 먹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전통 시장을 지나다가 가끔 눈에 뜨일 때가 있으면 사가지고 와서 된장찌개에 조금씩 넣었다.
넣을때마다 시어머님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나 방아잎은 조금씩만 넣어야 한다.
고수를 매우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방아잎의 특유한 향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내일은 시어머님을 뵈러 가야겠다. 이제는 죽만 드셔서 다른 특식을 대접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