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이틀은 조금 힘들다.

본능과 회복탄력성

by 태생적 오지라퍼

연달아 이틀 서울행은 조금은 힘들다. 인정해야한다.

12월에 월, 화, 수, 목, 금 강의도 했었는데라고

나 자신의 체력을 조금은 과신했었나보다.

물론 학기말이라 강의는 조금에

시험 감독이었으니 가능했었을수도 있고

공식적인 일이라

그리고 이사 직후라 긴장 상태가 최대였으니

버텼을 수도 있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목, 금 서울행을 연달아했더니 어제 집에 오는 기차에서는 힘들다는 느낌이 사알짝 들었고

혓바늘이 살짝 돋는 느낌도 들었었다.

물론 금요일은 갑자기 생긴 일정이기는 했다만

계획대로 부산을 다녀왔으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틀 내내 서울 구경에 맛난 외식에(돼지국밥, 고기덮밥, 김치알밥, 아보카도 김밥과 커피와 케잌 등)

못했던 수다에 사진 찍기에 기분은 엄청 좋았었는데 말이다.

매일 15,000보 정도 걷는 것도 힘들었던 하나의 요인일 수도 있겠다.

오늘 내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침 다섯 시에 일단 일어났으나 화장실만 다녀오고

약을 먹고 고양이 츄르를 하나 주고는 다시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서

전기담요까지 틀어놓은 채로 핸드폰만 꼼지락거리는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 설이도 모른척 하고 말이다.

이런 일은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그만큼 힘이 들었다는 증거인데

다행히 어제 돋았던 혓바늘은 잠잠하게 된 것 같고

이제 슬슬 배가 고파온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또 누워 자봐야겠다.

자는 것보다 더 중요한 회복 방법은 없으니 말이다.


목, 금요일은 서울시교육청 인사발령이 진행된 날들이었다.

퇴직한지 딱 일년이 되었는데

본능적으로 몸과 신경이 기억한다.

이제는 후배가 다들 장학사를 거쳐서 교감, 교장이 되는 나이이다.

그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으니

멋진 관리자를 기대하면서

진심으로 축하의 톡을 보내두었다.

공립학교라 길게는 5년 짧게는 2년만에라도

학교를 이동하게 되는데

2월이 바로 그런 부산한 달이다.

새 학교에 가서 적응하는데까지는 근 1년은 걸리지 싶다.

내 경험으로는 말이다.

새 학교가 주는 압박감, 새 업무가 주는 두려움은

항상 가뜩이나 추운 2월과 3월을 더 힘들게 한다.

모든 교사들이 쉬어도 쉬는 게 아닌 2월인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구정 휴일이 거의 한 주를 차지하고 있으니 체감 수위는 더 할 것이다.

아마도 월요일부터는 새 학기 대비 공문들이 쏟아져 올 것이고

새 업무 담당자와 구 업무 담당자 사이의 인계인수가 이루어질 것이고

업무를 두고 관련자들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사이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아마도 학교의 교감님들이실 것이다.

그 위치가 그렇다.

모든 일을 가름마 타주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다.

서로의 어려움과 난감함을 조금만 고려해준다면

조금만 말을 살살 해주고

불평불만을 조금만 줄여준다면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을 줄일 수 있으련만

나도 그 위치에 있을 때에는 내 것이 너무도 중요해서

교감님들께 그 분통을 터트렸던 일이 몇번 있었던 것 같다. 솔직하게.

따라서 이렇게 바쁜 2월에 시간을 내서 나를 만나주겠다는 후배들은(특히 교감님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임에 틀림없는데

서울 다녀오기가 그것도 저녁 약속의 경우에는 쉽지는 않다는 것을 어제 절감했다.

다른 날은 몰라도 금요일 오후 약속만은

절대 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돌아오는 기차표가 없다.

기차표는 있다면 좌석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하체 단련이라 이름붙여봐도 입석은 쉽지 않다.

서울~수원 정도의 30여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제 서울 약속은 퐁당 퐁당으로 잡아야겠다.


그런데 어쩌냐.

이번 학기 강의는 월, 화로 모두 몰아두었는데 말이다.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지 어쩌겠냐.

그런데 또 닥치면 다 해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나의 본능과 회복 탄력성을 믿어본다.


(목요일 남산에서 찍은 사진을 골랐다. 남산에는 동상들과 조각품들이 곳곳에 있는데 그것들이 새들에게는 장난감이고 휴식처이다. 사진 위 두마리의 새가 포인트이다. 요새 가끔씩 새를 찍는다. 하늘, 달, 구름, 꽃, 풍경에서 새도 그 범주에 포함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새를 좋아라하지는 않는다. 부리가 무섭고 눈도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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