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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58

여름방학을 앞두고 치뤄야 할 나의 오지랖

by 태생적 오지라퍼

여름방학까지는 수치상으로는 딱 1주일이 남았을 뿐인데

할 일은 아직도 무한 새로고침 중이다.

학교의 학기말이 그렇다. 담임교사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생활기록부 작성에 1학기 모든 기록들이 맞아야 하고 마감이 되어야 한다.

이 바쁜 시기에 또 태생적 오지라퍼의 근성이 발휘되어서 나는 일들을 벌여두었다.

그러고는 후회하는 마음이 5% 정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내가 저지른 일이다.


1주일 동안 여름방학 대비 방과후학교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여름 방학 내내 창호와 화장실 공사들이 예정되어 있어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다.

안하니 참 좋다는 생각만 하기에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미안해서 원포인트 특강을 마련하였다.

평소하기 힘들었던 한바퀴로 된 자전거 타보기와 혼성 피구가 가장 큰 호응을 받았고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강의 2종류(ChatGPT를 활용한 영상 만들기,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기후변화 이해하기)와 유기농 채소로 피클 만들기 등이 개설되었다.

아쉽게도 축구와 생태화그리기는 신청자가 적어서 우수 강사를 확보하고도 개설이 되지 못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학교에서 보내는 알림 문자를 잘 살펴보시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다.

이 모든 방과후 강좌가 무료이다. 무료인데 왜 신청을 하지 않는것일까? 학원은 여러번이나 특강은 1회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거의 모두 무료이고 강사진은 충분히 검증된 분들이다.


내가 진행하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기후변화 이해하기 활동이 어제 있었다.

그래서 지쳐서 어제 저녁에는 글을 쓰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서야 복기를 한다.

내가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국립생태원 관계자를 직접 모시고

제작자의 수업의 의도를 살리면서 다른 선생님들께도 안내하는 기회로 판을 키웠다.

판 키우기는 내가 전문이다.

금요일 오후에 우리 학교를 찾아주신 선생님들은 모두 훌륭하신거다.

과학실 리모델링 사례도 보여드리고 오늘 활동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생태전환교육 활동 이야기도 나누고

학생들과 같은 활동을 진행해보면서 어느 부분을 학생들이 어려워할지를 체험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활동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기기가 이런저런 이유로 먹통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여분의 기기를 확보해두는 것이 가장 좋다.)

어느 한 파트에서 진행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나타난다.(이건 그 학생 중 한 명의 구원자가 분명 있다. 게임 등으로 디지털 역량이 최고조에 다다른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어제 참여한 훌륭한 학생들은 다양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미션을 해결하면서

사라진 아이돌 스타 VIVI 실종사건을 해결해냈다.

열심히 찾고 보면 그 아이돌 스타는 점점 사라져 가는 꿀벌이라는 것이 이 활동의 반전이다.

활동이 끝나고서는 국립생태원 담당자님에게 체험교육에 대한 안내도 듣고

학교 현실도 알려드리고(유료 활동 참가가 힘든)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너무 힘들어서 반찬할 힘도 없어 1년에 한 두번 먹는 라면 1/3개를 먹고는 잤다.


제 여름방학 전 첫 번째 오지라퍼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번째는 화요일 전문 강사 초청 미세먼지 특강이 3학년 수업 시간에 이루어진다.

학교로 오는 강사님들께서는 꼭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다.(사전에 충분히 안내는 드리지만...)

강의 보다는 체험 위주의 콘텐츠여야 사랑받는다.

특히 학기말에는 더욱 그러하다. 학생들도 많이 지쳐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활동은 방학식날 이루어질 연천 일대 지질생태투어이다.

내 생애 마지막 융합과학캠프이며 오지랖의 극치이다.

누가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순전히 나의 고생길 선택이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나의 오지랖이 너그럽게 용서가 된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 해야할 많은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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