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조끼 사랑

나의 패션

by 태생적 오지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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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조끼 사랑

언제부터인지 나는 조끼만 보면 지갑을 쉽게 연다.

젊었을 때의 나는 통통함을 가리기 위해서 특히 상체 비만을 커버하기 위해서 펑퍼짐한 조끼를 입었었다.

남자용인지 여자용인지 알 수 없는 공통 성별의 상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의 통통함을 넘어서 딴딴하기까지 했던 그 때의 살들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도 나는 몸에 딱 붙는 옷은 철저히 외면했고

다른 사람들의 몸에 꼭 맞는 옷에도 시선을 두기 어려워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습관의 끝은 수영복을 입기 두려워하는 것으로

그래서 수영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옷에 대한 습관은 평생을 가는 듯 새로운 패선에 도전이란 쉽지 않았다.

젊어서부터도

꽃무늬 옷만 입으면 중년의 아주머니가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고

기하학적인 패턴 옷을 입으면 동남아인이 되어버리고 말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무채색과 넉넉한 품을 가진 상의와

일자형 바지로 나의 패션은 굳어져 갔다.

검정색, 회색의 비슷비슷한 색채와

새로 샀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의 유사한 디자인 중에서도

유일하게 나만의 멋을 부린다는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조끼이다.

조금은 보라나 연두와 같은 과감한 색깔을 선택하기도 하고

니트부터 잔 구멍들로 이어진 그물형까지 스타일과 재질도 다양하다.

후드가 달린 큰 조끼를 입으면 마음까지 편안하다.

이제는 겁나던 뱃살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출근룩에도 조끼, 운동복에도 조끼, 심지어 실내복 위에도 조끼를 하나 더 입으면 그리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오늘도 조끼 사랑을 실천하다가 문득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골 할머니 역할들이 자주 조끼를 입었던 것이 떠올랐다.

가끔은 조끼를 사다가 할머니룩과 너무 유사해서 주저했던 경험도 생각났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보온상의 이유로 혹은 편리함을 이유로 조끼를 입고 집을 나선다.

새로운 패션에 대한 시도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것이 좋을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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