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물러서는 것은 후퇴일까?

잠깐의 물러섬

by 태생적 오지라퍼

다양한 길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A 라는 길로 출근하면 B 라는 길로 퇴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늘상 보는 것, 먹던 것, 다니던 길이 아니고

오늘 새로운 것을 보는 것, 먹는 것, 걸어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공통적인 선택의 기준이 하나 있다면

뒤로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것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목적지를 가는 방법을 검색해서 어떻게 가면 좋을지를 찾아보고

여러가지 다양한 경로를 고민할 때

소요 시간을 우선 고려하긴 하지만

한 정거장 뒤로 가서 지하철을 바꿔타는 방법은 선택하지는 않았었다.

지금까지는...

출근 방법에서는 더더욱이나 뒤로 가는 선택은 하지 않았었다.

일찍 출근하여 그 날 할 일을 아침에 정리하는 나의 오랜 습관때문일거다.

올해 들어서 몇 번 뒤로 가는 선택을 해보았다.

너무 추운 날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가 싫었고

한 정거장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환승하는 역이 너무 붐비는 것이 그랬고

마침 방학이라 시간의 여유가 있었고

집 앞에 한 정거장 뒤의 지하철역까지가는(여기로 가면 환승을 안해도 되었다.)

버스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정차되었던 터라 그랬던 것 같다.

그 한번의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은

걷고 환승해서 가는 것과

한 정거장 버스를 타고 가서 한 번에 지하철을 타는 것과

이동에 걸리는 총 소요 시간은 거의 같다는 사실과

한 정거장 뒤에서 지하철을 타면 탑승객이 적어서 쾌적하고

게다가 다음 역에서 많이 내리니 앉을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예전처럼 직진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일시적 후퇴를 택할 것인가?

나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요즈음은 아예 한 정거장 뒤 지하철역으로 나를 데려다 줄 버스 시간표를 찾아서

그 시간에 맞추어서 집에서 나가는 고도의 전술도 쓰기 시작했다.

날이 좋아지면 물론 산책 겸 걸어서

한 정거장 뒤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법도 사용 할 것 같다.

환승이라는 절차가 많은 사람들에 부딪히고 떠밀리고 피로도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은 이렇게 조금씩은 변화한다.

과학에서는 이런 것들을 모아서 진화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도 한다.

뒤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마냥 단순하게 후퇴나 퇴보가 아닐 수도 있었다.

때로는 전략이 되고 호기가 되고 평안이 될 수도 있겠다.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 나름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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