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91
힘을 주는 집 앞 맛집 살펴보기
집 바로 앞에 새 국수집이 하나 생겼다.
입맛이 없거나 시간이 지독하게 없는 비상시국일 때 갈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점은
삶의 질을 부쩍 높여준다.
아들이 출장갔던 지난 주중 이른 저녁에 메인 메뉴인 국수를 하나 시켜먹어보았다.
태블릿으로 주문을 넣는 시스템인데 사진으로 보니 국수 양이 적은 것이 있는 듯 했다.
기쁜 마음에 이 정도면 나도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난 크기와 양을 선택할수 있는 메뉴를 좋아라한다.)
국수하나에 만두 2개를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사진이 잘못 나온 것이었다.
국수의 양도 푸짐했고 국물도 진했고 만두도 속이 꽉찼다.
할 수 없이 만두는 포장하고 국수만 최선을 다해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절한 응대가 좋았다.
물론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식당인데 불친절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집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꽤 분위기 있어보이는 멕시코 음식점이 있었다.
대학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닌데
타코를 중심으로 한 멕시코 음식점이 될까 싶었는데 주말 지나가다보면 만석인 것처럼 보였다.
아들 녀석 말로는 요새는 맛있고 소문만 나면 식당 위치는 상관없이 손님이 있다고 하던데
공실로 비어있는 건물이나 식당인데 손님이 없어 보이면 왜 그리 마음이 짠한 것일까?
내가 하는 사업도 아닌데 말이다.
언젠가는 그 식당에서 타코를 한번 먹어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주에 보니 문을 닫고 카페로 종목을 변경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뿔싸. 한 발 늦었다.
지하철역 앞에는 일주일에 한번 씩 오는 순대 장인 트럭이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의 신체 기관에 대해 설명할 때 순대 이야기를 한다.
순대는 창자를 비우고 그 내부에 속을 만들어 넣은 것이고
순대와 함께 살 수 있는 간과 염통(심장), 허파(폐)를 먹어보면
그 기관별 구성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물론 대창이나 곱창 구이 음식점에 가면 창자를 볼 수 있다고도 이야기하고
대창이나 곱창이 맛있고 영양가가 많은 이유도 설명해준다.
모든 영양소의 흡수가 이루어지는 곳은 소장이다.
그리고는 슬쩍 노하우도 알려준다. 과학 복습에 필요하다고 순대 좀 사와도 될까요를 넌지시 엄마에게 물어보라고. 성공확률은 반반이니 말이다.
이 장인의 기본 순대 1인 분에는 그 분의 모든 역량이 녹아들어 있다.
이렇게 맛난 순대를 양도 많이 주고 정성스럽게 자르고 포장해주어도 되는건지 감동할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에게 힘을 준 집 근처의 식당은 뭐니뭐니해도 집 앞에 있는 갈비탕과 냉면집이다.
코로나19도 그 힘들었던 올 여름 더위에도 이곳의 음식이 나를 조금은 지켜주었음에 틀림없다.
갈비탕 하나에 냉면 하나를 시켜서
나와 아들 녀석이 두 가지를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
배도 든든이 채우고 힘들었던 마음도 녹이는 시간을 만들어주곤 했다.
가끔 명절 때는 갈비찜을 포장해서 시댁에 가져가기도 하고 말이다.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 일상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식당에서 먹는 음식을 더욱 선호한다.
갓 만들어서 제공되는 음식보다 더 맛있는 조건은 있을 수 없다.
거기에는 식당이 주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맛있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포장 음식보다 식당 방문을 더 선호하는 나는 낡은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