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운이 안나는 월요일이 다 있을까?
어제 사고로 우리 모두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새로운 한 주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주일은 한 해가 바뀌는 주일이다.
어제 사고가 없었어도 마음이 싱숭생숭할 시기일텐데
지하철에서조차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하늘도 그 마음을 아는지
우중충하고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오늘 3학년 수업은 전기회로 직렬연결(어느 한 곳에서 연결이 끊기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과
디자인 감각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키트를 준비했다.
자신만의 디자인을 그리고 그 위로 전선을 연결하여 동전 전지를 연결해주면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장치이다.
예시 작품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여하튼 귀여운 디자인에 전선을 감아서 부착한 것이다.
이렇게 미리 예시를 만들어보여주면 이해를 쉽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연필깍기용 칼을 한번 써야하는데 손이 베일까 신경써야 한다.
디자인은 태블릿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고
(대부분은 이모티콘으로 친숙한 귀여운 캐릭터들이었고
야구부는 야구공을, 고등학교에서의 새출발을 의미하는 2025나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경우도 있었다.)
전선을 너무 타이트하게 조이거나 꼬는 경우에는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된다는 주의점도 알려주었다.
처음 보는 동전 전지에 익숙하지 않아서 +극와 –극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만드는 영상을 보고 매뉴얼을 읽고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보고는 곧잘 따라 만들었다.
영상을 보고 매뉴얼만 읽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나(모든 일이 그러하다만)
우리의 MZ 세대들은 영상과 매뉴얼을 그렇게 신중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교사의 설명과 영상이나 매뉴얼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친구의 이야기이다.
3학년의 작품들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 활동을 진행할 2학년을 위하여 일주일은 전시해두려한다.
선배들의 작품이 분명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2학년 한 반 수업은 기말고사 대비 지구과학 파트 정리 수업이었다.
어느 학생이 이야기했다.
<국가 애도 기간인데 공부를 해야 하나요?>
공부하기싫다는 뜻이다.
나는 대답했다.
<그 분들을 추모하는 방법은
각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할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이란다.>
그 정도는 중학교 2학년이라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정리한 지구의 크기 측정과 달의 크기 측정은 별표 다섯 개짜리 시험 단골 내용이다.
시험을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는
요점부터 기출문항부터 공부해야 마땅하다.
나의 40여년간 교사로 단련된 몸은 참으로 신기하다.
오후 네시 반까지는 배터리가 충분하다.
퇴근후 저녁을 먹고나면 잔존배터리양은 10 % 미만이 된다.
하루 4시간의 수업에 익숙해진 2024학년도 내 몸도 대단하다. 칭찬한다.
요새 3학년은 학기말 마무리 활동으로
2학년은 시험 범위 정리와 공부하고 질문 받는 시간으로 운영하였더니 힘이 남아돈다.
그래서
학교축제 남은 예산도 점검하고(행정실이 1월 1일자로 전보 이동이 있다.)
외부 찬조 섭외도 확정하고(이화여대 합창단의 멋진 노래가 가능해졌다.)
모범상 결재 처리와 생기부 기록 및 상장 출력도 끝내고
플리마켓 물품도 정리하고(기부 물품은 계속 독려중이다.)
과세특 기록과 수행평가 일람표도 출력하고
중간 중간에 과학실 청소도 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
아마 다들 오늘 하루
이렇게 경건히 보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애도의 하루를 보냈지만
저녁이 되니 다시 또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국가 애도 기간은 정해져있지만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때만큼
우리들의 뇌리에 안타까움과 슬픔은 오래토록 남게 될 것이다.
참사 한참 뒤 인양된 세월호를 목포 교사 연수때 보았었다.
오래 지난 후 였는데도 눈물이 왈칵 올라왔었다.
이태원 골목을 그 일이 있고 한참 뒤 찾아갔었다.
그 경사지고 좁은 골목길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었었다.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게 될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지금은 그저 무섭고 두렵고 안타까울 뿐이다.
참사 트라우마에 다시 빠진 대한민국이다.
힘을 내보자고, 화이팅하자고는
차마 이야기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