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못하지만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첫 딸이어서 친정집인 대전 근처 어느 병원에서
그 당시 보기 드문 우량아인 나를 낳고 엄마는 많이 고생하셨던 듯하다.
입덧도 그리 심하셨다는데 낳을 때 까지도 고생을 시킨 나는
태어날 때부터 효녀는 못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쭈욱 서울 서쪽에서만 살았다.
그러므로 나의 세계관의 2/3는 서울 서쪽이다.
석촌호수 벚꽃 축제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내가 살던 곳이랑은 너무도 멀었다.
석촌호수 근처를 갔던 것은 아들 녀석이 어렸을 때 놀이동산 갔던 기억밖에는 없다.
그날도 가는 길에는 멀미를, 오는 길에는 심한 교통 체증으로 파김치가 되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그리고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늘상 감기와 피로를 달고 사는 학기초라서
벚꽃 축제를 즐기거나 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서울을 떠나게될지도 모를 때가 와서야
석촌호수 벚꽃을 한번은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주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다행히 석촌호수까지 한 번에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었고 사람은 많았지만
러닝을 하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도 모두가 행복한 얼굴이었다.
아침 햇살과 호수에 비치는 빛과 식물이 주는 힘, 공간이 주는 힘을 느끼고 간다.
그거면 되었다. 그거면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