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지 않아도 된다.

인생도 날씨도 골프까지도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에 일어났을때 눈부실 정도의 쨍한 날을 좋아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나

해가 안보이게 흐리거나

바람이 휘몰아치면 출근하기가 싫어지곤 했었다.

따라서 해가 쨍해서 따라오는 더위나 눈부심이나

피부가 구릿빛으로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작년까지는.


유럽에 2주간 다녀왔던 특별학습연구년 연수가 있었다.

독일과 프랑스였는데

그 2주간 쨍하고 해가 났던 날은 단 하루.

두어시간 정도였다.

유럽에서 살면 해를 못봐서 우울하다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

서울에 돌아온 다음 날 해를 마주보고 운전하다가

눈이 시어서 쓰리고 아팠고 눈물을 왕창 흘렸었다.

내 홍채와 조리개가 2주간 퇴화해서 자신의 할 일을 잃었었나보다.

결국 안과에 가서 점검을 받고 안약을 넣고서야

제자리를 찾았었다.

그 이전 한달간의 미국 연수에서는 태양을 바로보면 어찌되는지를 실감했었다.

미국 사람들이 왜 선글라스를 늘상 끼는지도 이해했었다.

태양이 내 눈의 건강에 미치는 큰 영향을 실감

두가지 경우는 모두 외국에 다녀와서 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 속에 해가 숨어있어 운동하기 딱이었다.

이미 내 피부는 한참전 <불꽃야구> 야외 직관날

구릿빛으로 변한지 오래이다.

선글라스는 이미 멋내려고가 아니고

생필품이 된지 오래이다.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고 가급적 안 쓰던 모자도

이제는 분신처럼 착붙이다.

얼굴과 목에는 끈적이지 않는 썬크림을

팔과 다리에는 끈적여도 강한 썬크림을

덕지덕지 펴서 바른다.

매일 매일이 쨍하지 않아도 된다.

날씨도 내 일상도 말이다.

하루 종일 흐렸던 오늘.

함께 운동하고 맛난것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준

좋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공은 잘치지 못해도 된다.

다음에 오늘보다 잘치는 날이 올것이다.(그럴까?)

잘치고 싶은 욕망은 그득하다

그러나 흐린 날도 쨍한 날도 비오고 바람 부는 날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래도 재난 상황까지는 가지 말자.

날씨도 일상도 골프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