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은 챕터가 막을 내렸다.
7월로 소독 아르바이트는 마감하려 하였으나
8월 더위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하여
마지막 땜빵을 해주러 나선 날이 하필 오늘이다.
비가 와도 와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하늘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서야 이렇게 퍼부을 수는 없다.
갈때는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빨리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그곳은 접근 금지이다.
곳곳이 침수되고 내가 갔던 아파트 옆으로도 모래가 가득한 황토섞인 물이 도로를 반쯤 잡아먹고 있었다.
집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가 당면과제가 된 마지막 소독 아르바이트 날이었다.
추가 소독이라 14시에 일정이 마무리 되었고
그 시간부터는 비가 잦아들어 돌아 돌아 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뿐이지
위험한 상황은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비가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도 우이동에 갔지만 북한산 한번 올려다보지 못했다.
비가 오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북한산 사진 한 장 찍을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욱 열심히 해주어야겠다는 그런 의무감에(나는 왜 그러는 것이냐? 대충해도 된다했는데) 지난번보다 세배는 더 많은 집을 방문했다.
어르신들이 혼자 혹은 부부가 둘이서만 계신 집들은 더더욱 꼼꼼하게 소독을 해드리고 안내를 드렸다.
몇 년 후(아니 지금일지도 모른다.)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말이다.
점심시간 즈음에 방문한 집에서의 라면 냄새는 엄청 황홀했고
(슬쩍 쳐다 본 김치도 맛나보였다.)
어느 집에서는 남은 야채 몽땅 넣고 부침개를 부쳤다면서 하나 먹고 가라 권하셨는데 차마 먹지는 못했다.
(따끈하고 맛나보였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라면 아니면 부침개가 국룰이다.
점심은 바로 앞 식당에서 설렁탕을 먹었는데
(2025년 첫 설렁탕이다.)
설렁탕은 12,000원이고 갈비탕은 18,000원이었다.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아니냐?
굳이 갈비탕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깍두기와 겉절이 김치가 맛있어서 고기는 모두 건져먹었다. 국물은 많이 먹지 못했다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지도 양말도 신발도 속옷까지 흠뻑 젖은 날이...
잘 되었다.
2학기 새학교에서 실내화로 신으려 어차피 신발 세탁을 맡기려 했었다.
운동화인데 뒷굽이 잘라져서 슬리퍼처럼 된 것이라 신발을 빨리 신고 벗어야하는 소독 아르바이트에 최적화된 신발이었다.
양말도 일부러 헌 것을 신고 갔으니 아까운 생각없이 버리고 왔다.
소독 관련 물품은 관리사무소에 넣어두고 왔고
나를 소독 여사님으로 만들어준 활동용 조끼는
이미 지난번에 잘 세탁해두었었다.
마지막으로 조금 남은 소독약은 집에 돌아와서
우리집 화장실에 붓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를 했다.
3개월 여섯 번의 소독 아르바이트를 이렇게 마친다.(시간은 참 빠르다. 후딱이다.)
나는 가장 꼭대기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한층씩 내려오면서 소독을 했는데
내 친구는 계단 오르기는 운동이고
계단 내려오기는 무릎에 부담을 준다면서
아래층에서 한층씩 올라가서 소독을 하고
맨 꼭대기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고 했다.
이렇게 동일한 일을 해도 다 스타일은 다르다.
그리고 그 동일한 일 속에서 깨우친 생각들도 다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적당한 노동은 적당한 운동이 될 거라는 것은 모두에게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다.
아직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한감사하다.
저녁은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