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고 일지 세 번째.

이 글에서의 오늘은 어제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아침에 글을 써서 그렇지 이 이야기는 파란만장했던 어제 이야기의 계속이다.

큰 두 건의 사고를 겪고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학생식당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17시부터인데 그 시간에 줌으로 진행되는 AI 활용 교수학습법 연수가 있어서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서 저녁을 먹는다.(약간 신세대 느낌인가?)

그 시간밖에 없으니 연수에 100% 집중은 아니었지만

대학교에서 하는 교수학습법 강의는 어떠한 수준인가도 알아볼겸 들어보았다.

아하. 내가 아는 난다긴다급의 중등학교 교사 강의자가 훨씬 더 낫다.

AI 활용 교수학습법이라 쓰고 AI 활용 순전히 교수용 잡일 치우기라 읽는다.

뭔 강의계획안이며 수업 자료를 모두 다 AI에게 시킨단 말이냐.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이고

내 강의는 내힘으로 준비해야지

대학원생 조교나 아르바이트 학부생 과하게 일 시키듯 AI를 쓰는 그런 스타일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사알짝 아주 사알짝 빈정이 상하려는 마음이 들었다.

괜찮다. 밥먹는 시간에 들은 것이니 시간 낭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는 오늘의 저녁 비교과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의실에 들어가본다.

사무실 바로 옆이라 활동 준비물 나르고 왔다갔다하기에는 적합한 장소인데

계속 수업 중이라서 컴퓨터 환경 점검을 못했다.

설마 또 무슨 일이 있겠나 싶었는데 있다.

이번에는 빔은 켜졌는데

그리고 빔으로 쏴서 보이는 스크린 화면에는

컴퓨터 화면이 분명 뜨는데 모니터에는 안뜨고 모니터가 자고 있다는 안내가 나온다.

대문 사진이다. 그런 문구는 처음 보았다.

이것은 또 무엇일까?

일찍 온 멋진 학생들의 도움으로 움직이는 자판을 통해 설정을 바꾼다.

자판이 움직일거란 생각을 못한 내가 바보다.

왜 이렇게 컴퓨터를 세팅해 놓는 것일까 했더니

발표 수업을 할 때 빔리모컨으로 발표자료 넘기고

중요 부분 지시하는 역할로 사용하기 위함이란다.

아니 포인터를 쓰면 되는데 말이다.

그래 그럴 수 있다. 포인터가 없으면 그렇겠다.

그래도 사용 후 기본 세팅으로 다시 바꾸어 두는 것이 뒷 사람을 위한 에티켓일텐데 말이다.

이제는 화낼 힘도 없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빔과 컴퓨터 사이의 역량이 떨어졌는지를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지난 3년간 전자칠판을 썼던 것이다.

이런 불편함이 없이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었던 것이다.

대학만 전자칠판이 없는 이런 상황이

나에게는 답답하고 우스운 일이다.

어쩌면 교수학습법이나 AI 에 가장 뒤쳐진 곳이 대학일지도 모른다.


열 명의 비교과 동아리 Science Story Lab을 신청해준 이쁜이들은

나름 관심분야도 있었고 선택의 이유도 분명했고

오늘 충분한 의견 교환과 함께 놀이동산 기구 제작자에 빙의하여

놀이기구의 과학 원리를 탐색하고 롤링볼 만들기를 하면서

중력과 낙하운동 그리고 그 빠르기를 제어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자율 학습을 하였다.

다들 열심히 즐거워하면서 참여해주어서 내돈내산 준비물 값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아직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준비물 구입을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음 주에 알아볼 계획이다.)

마지막 셔틀버스를 탑승하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어두워진 캠퍼스를 걸어간다.

다행이다. 혼자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아침 그 난리부르스 셔틀버스를 함께 탔던 학생이었다. 동지의식 발동이다.


어제 마지막 사고의 대미는 셔틀버스가 마지막이어서 양재를 경유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었다.

양재에 일차로 학생들을 내려주고 잠실로 가니 당연히 이동 동선이 바뀌고 하차 위치가 바뀐다.

그 저녁 시간 한창인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가보는 진귀한 경험도 하였다만

다른 시간에는 내리면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위치에서 하차하였는데

막차는 지하철을 타려면 꽤 걸어야하는 위치에 나를 내려놓는다. 오늘의 마지막 당황이다.

특히 어두우면 나는 두 배로 당황한다.

어두울 때 돌아다니는 경험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친정집은 아홉시면 모두 잘 준비에 들어가는 수녀원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밤이 무섭기만 하다.)

마지막 정신을 짜내어 집 앞까지 오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내고 그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분명 9시 셔틀을 탔는데 그리고 잠실에 내린 것은 10시 10분. 집까지 오는데 그렇게나 시간이 오래걸렸다. 평소에는 15분이면 된다만...

고단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빵빵 터진 잊지 못할 하루였다.

이런 수요일이 앞으로 여섯번 더 있을 예정이다.

다음은 오늘보다는 덜 당황할 것이다만.

고양이 설이가 늦었다고 난리다.

그 옆에서 잠이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사고 일지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