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선물
정년퇴직을 2년 남겨두고 있다.
명예퇴직을 고려하면서 퇴직 후 시뮬레이션은 수도 없이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명퇴를 포기하고
정년을 향해 달리는 지금도 퇴직이란 용어는 아직도 낯설다.
같이 출발한 동료들 중 현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손꼽을 정도이고
친한 선배들도 올해와 내년 모두 퇴직 수순을 밟는다.
퇴직이 6개월 남은 친구와 어제는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퇴직을 앞둔 심정을 서로 나누다가 공통점을 발견했다.
퇴직이 두려운 여러 가지 것들 중 한 가지가 불면증이었다.
퇴직이후 잠을 잘 잘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인거다.
교사는 감정노동자이자 동시에 육체노동자이다.
수업을 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평소에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오는데
방학만 해도 기력이 남아서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나의 주특기인 초저녁잠도 다가오지 않고
딱히 볼 것도 없는 티비 앞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가는 잠이 오는 신호를 놓치고 힘들어하는 거다.
평소에 나는 잠으로 기력을 보충하는 스타일이다.
먹는 것보다도 친한 사람들과의 수다보다도 어떤 스트레스 해소법보다도
자고 또 자면서 버텨낼 힘을 얻어내는 일생을 보냈는데
퇴직 후 불면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갱년기 이후 이런 저런 생각에 자다가 중간에 여러 번 깨긴 하지만
잠을 자는 그 시간이 없다면
그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너무 길 것 같아 걱정이다.
퇴직 후 달라질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기쁨과 여유보다는 두 배 정도 많다.
나와 같은 공노비 워커홀릭들끼리 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어쩌다보니 워커홀릭.
이런 밴드를 만들자고 올리면 진짜 워커홀릭들은 가입이 힘들게다.
그 시간에도 일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푹 자는 잠이 주는 행복감은 바라지 않으나
쪽잠이라도 잘 수 있는 퇴직 후 삶을 바래본다.
그런데 그것은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 순방이 아니고서야
불면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제는 딱 1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