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슴뛰는 일이 있다

정년 2년을 남긴 과학교사가...

by 태생적 오지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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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최고의 선물은 누가 뭐라해도 방학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력이 딱 떨어질때쯤 방학이 다가온다.

방학 시작 후 일주일은 누가 뭐래도 기력 회복의 시간이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는 에너지 최저점이다.

방학 후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슬며시 학교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올해는 더더욱 과학실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해서 몇 번씩은 학교에 나가기도 했다. 공사가 얼마쯤 진행되었는지도 살피고 소소한 것들을 결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현장소장님께 부탁드리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공사는 사실 주인이 있는 공사장보다는 널널해서 일일이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빈틈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학교 공간 리모델링에 대한 적지 않은 경험이 있다.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은 작게는 청결과 연관되고 크게는 해당 공간 사용자의 의식이나 습관까지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몇 번의 리모델링과 이사를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리모델링 사전 작업은 쓰지 않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언젠가는 쓰겠지라고 생각하고 넣어둔 물건은 결코 쓰이지 않는다.

가끔씩 버리고 나면 생각나는 물건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그때 다시 사면 된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

폐기 물품을 여러 차례 버리고 종류별로 모아서 다시 정리하고 났더니 차고 넘쳤던 실험 물품장이 남는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끌어안고 있으면 넘치지만 정리하면 공간이 남아돈다. 그래서 나는 이사나 리모델링을 두려워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남는 공간이 생기고 여백이 생기는 기쁨이 좋아서...

그리고는 3월이 왔다. 아들이 어렸을 때를 빼고 – 그때도 딱히 개학이 싫지는 않았다.

아직도 나는 3월 2일을 기다리고 설레인다.

새 아이들을 만날 일, 새 교실을 정리할 일, 새로운 수업을 구상하는 일이 내가 살아있음을 아직도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확인받는 작업이다.

이제 딱 2년 남은 새 학기를 맞이하는 설레임과 가슴 뛰는 경험을 오롯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볼 작정이다.

나를 만나는 운명을 맞게 될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 일이 교사로서의 남은 소명이다.

그리고 아직도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일이 가슴이 뛰는 나에게 감사하고픈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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