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절대 안하기
명절에 전을 안부치고 기름 냄새에 절지 않게 된 것은 불과 1년 정도이다.
친정집도 제사, 시댁에도 제사.
여러 가지 복 중에 최하인 일복만 타고난
노비 체질의 나는 명절이면 주구장창 전을 부쳐댔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이후부터 늘 그랬던 것 같다.
그 기름 냄새에 심각한 두통이 올때쯤이 되어서야
다양한 종류의 명절 전부치기가 끝났고
그러다보면 내 속은 미식미식 입덧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신김치만 찾아대기 일쑤였다.
식용유와 달걀 한판과 밀가루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명절이라니 아직도 어색하고 믿어지지 않는다.
송편을 만들어 먹은 것은 추석 명절 중 몇 번 되지 않는다만
(아마도 친정에서 두어번, 시댁에서 두어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송편을 가장 예쁘게 빚으셨던 것은 돌아가신 시아버님이셨고
그래서인지 이쁜 시누이를 나으셨을지도 모른다만
나는 손재주가 젬병인지라 이쁜 송편을 빚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맛난 송편을 사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주변에 맛난 송편 파는 곳을 검색해봐야겠다.
단 깨가 들어간 송편만 먹고
밤이나 콩을 넣은 것은 사양한다.
색깔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송편을 깨물어야만 추석이구나를 실감할 수 있게
내 머리와 입이 세팅이 되어 있다.
따라서 점심 먹은 후 남편과 산책 시간에 송편을 조금 구입할 예정이다.
아버지는 추석 명절 즈음에 꼭 감을 찾으셨다.
단감도 아니고 홍시도 아니고 어정쩡한 시기 덜익은 감의 시기인데
그렇게도 맛있는 감을 찾으셨다.
고민고민끝에 감을 사가지고 가면 덜 익어서 떫기가 그지 없거나(퉤퉤퉤 수준이다.)
억지로 익혀서 너무 물러 사방으로 터지거나 했고
따라서 나에게 아버지가 딱 좋아라하는 그 숙성도의 감을 사는 일은 매우도 어려운 난제였다.
어제 늦은 밤 퇴근길에 본 골목길 개인 주택 마당에서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대추도 생밤도 아작아작 잘 씹어드시기도 했는데
감이 익어가는 옆에 대추도 함께 익어가는 옛스런 모습을 서울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명절 제사가 끝나고 다음 날의아버지 생신 모임도 끝나고 나면
아픈 엄마는 힘든 몸으로(대단하시다. 지금 생각해도) 얼큰한 아버지 해장용 김치국밥을 끓이시거나
남은 생선대가리를 메인으로 콩나물을 왕창 넣은 생선간장조림을 해주시거나 했다.
그 맛은 다른 어느 식당에서도 맛보지 못한 유니크한 맛이었는데
흉내를 내볼까해도 그 맛을 그대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제사상에 올릴 생선을 며칠간 집에서 바짝 말렸던 노하우가 생선조림의 비법이었을지도 모르고
(집안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가 싫었다.)
해장용 김치국밥은 당연히 엄마표 신김치가 맛의 근원이니(김치국물을 넣는게 킬포이다.)
내가 따라할 수는 절대 없는 마법의 맛일 수밖에 없다.
명절이라고 딱히 장을 봐야할 특별한 재료 주문도 필요 없는 오늘.
이 고즈넉함을 즐겨보련다.
명절 날 아침에 빵을 먹으면 어떻고
계란 삶은 것을 먹으면 어떠랴.
이제 아침 가득 제사를 위한 탕국을 끓이지도 않아도 되고
전과 생선을 바리바리 싸서 시댁에 가지도 않아도 되고
아직은 더운 날씨에 나물이 상할까 두려워하지도 않아도 되고
손가락이 아픈 생밤까기와
잘 먹지도 않는 약과와 유과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살짝 아주 사알짝. 섭섭하기는 하다.
그래도 명절 음식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
(사진은 어제 점심과 저녁에 나누어 먹었던 푸드전공 대학생들이 만든 꽈리고추갈비덮밥이다.
맛있었다. 집에서 한번 해먹을 생각이 분명있다.
갈비 양념은 언제 어디서나 진실이다.
아참 나에게 후배가 선물로 준 갈비찜 밀키트가 있다. 꽈리고추만 있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