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이다.

가을이 깊어졌을 캠퍼스로 출발하자.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불의의 사고로 환자가 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0초?

아마 괜찮아지고 불편함을 잊어버리게 되는데까지는 최소 2주일?

이제 나이가 있어서 회복이 더디다.

그리고 완전 낫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안 좋은 채로 지내는 것뿐이다.

우리 몸의 복합적인 오토매틱 시스템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무릎이 제대로 안펴지니 허리가 안펴지더라.

아마 어제 오전 왕십리역에서 나를 본 사람들은

무슨 일이 크게 생겼는줄 아셨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 알배겼던 종아리는 나았는데

다시 무릎 때문에 지하철 계단 내려가기는 여전히

마의 구간이었고

(엘리베이터가 어디있는지 찾아봐야겠더라.

비상시 활용하게. 표지판이 안보인다.)

하루가 몹시도 길고 길었다만 그래도 이만한게 다행이다.


오늘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줄 내 몸은 알고 있었나보다.

다른 가을방학 기간 동안보다 일찍 번쩍 눈이 뜨였고(신통방통하다.)

다행히 아파서인지 무릎약 때문인지 숙면을 취했고

(밤에 화장실에 한번도 안갔다. 안깼다는 거다.)

무릎은 통증이 있거나 붓거나 하지 않았다.

외관상으로는 다친 무릎인줄 모를 정도이다.

다행이다만 오늘은 짐도 있고 겸사겸사 차로 출근할 예정이다.


남편은 오늘과 내일 15번째 항암주사를 맞는 날이라

아마도 내 마음보다 백배는 더 외롭고 힘들텐데

나는 고작 무릎하나로 이리 시끌벅적하다.

고작은 아니고 무릎이 안되니 온 몸이 천근만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만

남편은 거의 1년째 암과의 두려운 싸움 중이니 어떻겠나.

말은 안해도 그 마음이야 헤아릴 수도 없다.

10번 더 봐주기로 마음 먹어본다만 봐주는 일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오늘 강의를 계속 서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책상에 앉아서 일부는 진행해야할 듯 한데

가뜩이나 어려운 이야기라(오늘의 과학사는 아이슈타인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걱정이 된다.

그리고는 온라인 전시장 만들기 실습과 과학단어 만들기 실습을 해야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를 가늠하기기 쉽지는 않다.

첫 시간은 이렇다.

대체적으로 중학생보다는 훨씬 빠르다.

실무사님들보다도 훨씬 빠른데 개인차도 크다.

개인차가 크지 않은 그룹이 강의하기에는 타켓층이 있어서 쉬운 법이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

그리고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일 할 준비는 되었는데

어제 부상 이후로 반찬할 준비와 마음은 안 생긴다는 점인데

이 또한 어지저찌 잘 해결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2주 정도 안 먹은 학식이 있고

그 옆 편의점과 샐러드 도시락 판매점도 있지 않은가?

신나는 월요일이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말이다.(아이고야. 틀렸다.)

가을이 한껏 깊어졌을 나의 캠퍼스로 출발해보자.

오늘의 나에게 화이팅을 불어 넣어준다.

어제 그 어려운 <불꽃야구> 경기를 이끌어간 선수들처럼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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