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편견이었을 뿐.
중학생 이후부터 주구장창 검정색 옷을 입었다.
특히 상의는 더더욱 그랬다.
태생부터 상체비만이었고 그에 비해 하체는 부실했다.
따라서 하의는 흰색이나 회색톤으로
그리고 상의는 검정 혹은 회색톤이
내 옷장의 90프로를 차지했다.
검정색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했고
가끔 유색옷을 입는 특별한 날은
누가 나를 쳐다보는것 같아 스스로 어색하고 힘들었다.
내 최대일탈은 석사 졸업식때 입은
빨간 원피스에 금장 단추가 달린옷이다.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팍 들어서일거다만
검정옷만 입다가는 내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였다.
어느 봄날에는 겨자색 블라우스가 눈에 들어오더니
어느 여름에는 코발트블루 나시 셔츠가
또 어느 가을에는 분홍색 골덴바지가 나에게로 걸어왔다.
살때는 무엇에 홀린듯 구입했으나
막상 입고나서기에는
주저주저 쭈삣쭈삣 하기도 해서
오랫동안 선택을 못받거나
절기별로 한 두번씩만 입곤 했지만
내 눈에 들어온것만으로도 신기하긴 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이 웜톤이든 쿨톤이든
그런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렇지만 초지일관 겨울 겉옷은 여전히 검정을 고수했었다.
긴 옷이든 짧은 옷이든 모자가 있든 없든
검정색이 열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덜 추운색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오늘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걸려져있는 겨울코트를 들여다봤더니 올 블랙의 향연이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칙칙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 코트를 사고 싶은 것인지
정말 늙어서 화려한 색을 선호하게 된것인지는 알수 없다만
이런 내 눈과 패션과 색채에 대한 감각의 변화가 놀랍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버전이다.
꽃도 노랗거나 흰 꽃을 줄곧 좋아라했는데
올해는 저 대문사진처럼 꽃분홍이나 보라색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 촌스럽다고 멀리했던 색들이다.
이러다가 정신이 홀라당 나가서 꽃분홍 어그 털신을 살까 두렵다.
나도 내 눈과 마음을 믿을 수 없다.
이제부터는 혼자 쇼핑을 다니면 안되겠다.
나를 말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