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인생은 외동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시대였다만
어릴 때는 외동딸을 그리 부러워했다.
그 시대에 외동딸은 극히 드물었으니
그냥 형제 2명인 집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가끔 있었다. 내 주위에도.
내 첫 사랑이 그랬고 우리 윗집이 그랬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 시대 외동딸, 외동 아들 취급을 받으면서 산
대박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딸만 넷인 상황을 원망도 했었다.
나도 아직 어린데 줄줄이 있는 동생들을 케어하는데 힘을 보태야했고
집안 대소사에 힘을 써야했고(딱히 무슨 일머리가 있다거나 힘이 센 것도 아니었는데)
여하튼 내 어깨의 짐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가끔은 했었다.
나도 외동딸이었으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갖고 싶은거 다 사달라면서 공주처럼 살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안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착한 편이 아니다. 자주 많이 생각 했었다.
특히 그 생각이 든 것은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였다.
내 생각을 살짝 비추었을 때 동생들 공부시켜야 한다고 뒷바라지해줄 돈이 없다고
미국 유학 가있는 남자랑 결혼해서 가라고 딱 자르셨던 어머니의 마음도 마냥 편치만은 않을셨을거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때 내 친구처럼 비행기표만 챙겨서 훌쩍 떠나지 못한 나의 용기없음을 탓하는게 맞다.
아니면 그 야구를 모르면서 똥폼잡던 미국유학생이나
나의 첫 대학 축제 파트너와 제대로 사귀었어야 맞다.
그 파트너는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잘 나가는 대학 교수이다.
그때는 나의 처지만 싫고 슬펐을뿐이었다.
겨울이면 방 하나에서 지지고 볶고 서로 아랫못을 차지하려 발싸움을 하고
군밤과 군고구마를 매번 아쉬울만큼만 나누어먹던
그 시절이 기억나는 새벽이다.
첫째이다보니 나는 그래도 옷과 신발을 사주셨는데
동생들은 그것을 물려받으니 싫어했고
첫째이다보니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대신 엄청 많이 혼났고
동생들은 그것을 보고 알아서 피하고 조심했고
첫째이다보니 부모님도 나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았었다.
지극히 당연한 그 사실조차 어떤 날은 마음이 꽁해져서 엄마가 밉고 동생들이 싫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네명은 너무 많다고
아들을 낳겠다고 네 명이나 자식을 낳는 일은 너무하다고
나는 절대 자식은 한명만 낳아서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던 나의 젊은 시절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한 명만 낳았지만 다해주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내 탓이다.
그렇게 많다고 생각했던 자매가
한 명은 저리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어제 저녁 늦게 병실로 올라갔다는 톡만 받았다.)
또 한명은 꼬여버린 사고로 절연을 하고 나니
(이 이야기는 절대 브런치에 쓰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나와 막내만 달랑 둘이 남은 이 느낌은 무엇인가?
허전하고 허전하기 그지없다.
외동아들인 우리 아들 녀석은 그마저도 같이 이야기 나눌 형제도 없다.
물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최고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인생 혼자 가는 것이 빼박이고 팩트이고 사실이지만
가끔은 하소연도 하고 같이 흉도 보고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같이 웃고 울어줄 사람도 필요한 것이 맞는데
친구와 남편이 채워줄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는데
이제 나는 막내와 달랑 두 자매가 되어가려 한다.
4년째 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허한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다.
어려서 해질녘 나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언니, 배고파. 집에 가자.> 이러면서 내 눈을 쳐다보던 셋째의 그 맑고 이쁘고 통통했던 얼굴이 이 아침 기억이 난다.
주말. 사람들로 꽉찬 목욕탕에서 재빨리 자리를 맡고 몇개 안되는 대야를 차지해오던 그 씩씩하고 전투적인 셋째의 모습이 이 아침 떠오른다.
안된다. 이제 유뷰초밥 만들어서 남편과 내 도시락 싸고 출근길에 나서보자.
오늘부터는 다시 셔틀버스 출근이고 SNS를 보니 많이 추워졌다고 한다.
단단히 입고 나가야 한다.
기온도 마음의 온도도 낮은 아침이다.
그런데 어제 그리도 쨍쨍했는데 심지어 덥기까지 했는데 오늘 이렇게 급변심하는 것은 말이 되나?
저 이뻤던 분꽃들은 다 하룻밤만에 어찌 되었을까나?
이유도 모르고 하루만에 쎄해진 친구 앞에 선 느낌이다.
기후변화가 문제인 것인가?
다음 주 강의 주제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기는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