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의 짝을 찾습니다.

간절한 기도문을 작성해본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올 추석 명절까지도 아들 녀석에게 짝이 없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늘상 주변에 여사친도 끊임없이 있었고

연애도 할만큼 했으므로

결혼 문제로 나의 속을 끓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엄청 일찍 결혼하겠다고 나설까봐 걱정하기는 해봤지만 말이다.

나의 자만이었나보다. 통렬하게 반성한다.

얼굴도 괜찮고 업무 능력도 있고 친구와의 관계도 좋고(내가 보기에는)

도대체 결혼까지 못가는 이유라고는 부잣집 아들이 아니다 정도밖에는 없는 듯 한데.

(그것은 아들 녀석 잘못이 아니다. 내 탓이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유치원때도 피아노 학원에서도 항상 제일 이쁜 여학생과 손을 잡고 다녔었다.

생일 때마다 화이트 데이때마다 선물도 엄청 받았었다.

초등학교 때 그 학년 최고의 이쁜이가 좋다고 해서

친정 엄마가 <걔는 너무 여우라면서> 떼놓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인물을 보는 눈이 너무 높아졌던 것일까?

아니면 늦게 장가가는게 좋다는 점괘를 너무 믿었던 것일까?

88년생이니 이제 정말로 노총각의 대열에 접어들었고

점점 살은 찌고 배가 나오고

머리는 시댁 유전을 따라 벗겨지는 것 같고

눈밑 주름은 점점 진해지고

인생의 나이테가 굵어져가는게

보면 볼수록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나의 속도 모르고

친구들의 단톡방 마다 손주 자랑이 넘쳐난다.

며느리 자랑은 없는데 손주들 자랑과 사진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모두가 이쁘고 천재이고 깨발랄하다.

부럽기만 한데 한편으로 심술도 생긴다.

단톡에 손주 자랑을 하려면

밥이래도 사던지 커피래도 한잔 사는 벌금 규칙이라도 발동시켜야 할까보다.

나도 격렬하게 손주가 보고 싶다.

손주가 하늘이 나에게 허락하는 가장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손주가 생기면

똥기저귀도 갈아줄 것이고

목욕도 시켜줄 것이고

안고 업고 잠도 재워줄 것이다만

(나의 허리쯤은 갈아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손주는 커녕 며느리라도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며느리에게 딱히 바라는 것도 없다.

둘이 알콩달통 재밌게 웃으면서 살아만 주면 좋겠다.

안부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생사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명절 때 선물이나 용돈을 주지 않아도 되고

(내가 주겠다. 까짓것)

나에게 손주나 고양이나 강아지를 맡기고 여행을 다녀와도 된다.(잘 봐줄테니 걱정마라.)

그러니 제발 나의 건강과 여력이 허락할 때

짝을 찾아 데리고 오면 정말 좋겠다.

짝을 소개시켜주는 분이 있다면 후사하겠다.

주변을 한번 돌아봐 주시라.

혹시 모른다.

아들 녀석의 짝이 거기 숨어있을지도.

내 인생의 은인이라고 평생 따뜻이 모시겠다.

추워지기 전에 아들 녀석 옆에 따뜻한 아가씨가 나타났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구구절절 기도문을 작성해보는 명절 끝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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