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란?

해볼만한데 아직까지 못해본 것

by 태생적 오지라퍼

제자들과의 점심은 하루 단백질양을 채우기 위한 고기였다.

여러 부위 중에 고르고 고르고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소고기라해서 시켰는데

접시에 담겨져 온 것을 보면 때깔이 돼지고기가 틀림없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그렇게 가리지는 않는다만

추석에도 쉬지 않는다는 큰 고기집 직원은 정신이 벌써 나가버린 듯 했다.

벌써 정신이 나가시면 안될텐데 말이다.

고기 4인분을 4명이 다 먹기가 힘들만큼

이제 나도 제자들도 나이가 들었다.

물론 중간 중간 술에 더 집중하는 1명이 있기는 했다만.

그리고는 냉면도 된찌와 밥도 못먹고 고기집에서의 수다를 마무리했다.

제일 맛났던 것은 고기를 싸먹은 장아찌 종류였다.


2차를 가자한다.

고기로도 배가 불렀는데 바로 옆집의 오징어집을 가자하는데 다행히 문을 안 열었다.

저녁 장사가 주인 노포인 듯 했다. 다행이다.

배가 불러 간단한 산책이 필요하다.

왼쪽으로는 신당역이고 오른쪽으로는 한양대역이다.

서울숲에 갈까했더니 숲이 싫다는 녀석이 한 명있다.

웬만해서는 싫다는 소리를 안하는 녀석인데 존중해주기로 한다.

어디를 갈까하다가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신당동 떡볶이집을 가보자했다.

나의 오래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딱히 떡볶이를 좋아라하지는 않지만(맵찔이다.)

이상하게도 연이 닿지 않아 못가본 곳이었다.

착한 제자들은 내가 가자하니 썩 내키지는 않지만

2Km 정도를 걸어서 함께 그곳에 가주었고

오래전 먹었던 즉석 떡볶이와 같은 형태의 떡볶이와 쿨피스 그리고 닭발 하나를 나누어먹었다.

곧 외국여행을 나갈 녀석에게는 아마도 3개월간은 못먹을 가끔은 생각날지도 모를 운 맛일 것이다.

대학 다닐 때 자주 먹던 이제는 없어진 이대앞 오리지널 떡볶이집을 함께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떡볶이도 튀김도 맛탕도 맛났던 곳이었는데

국물까지 싹 긁어먹던 그때의 패기는 어디로 갔을까?

10년 차이나는 제자들이니 사회에서 만났다면 친한 동료인셈이다.

시간을 내주고 얘기를 들어주니 고맙기만 하다.


나는 왜 촌스러운 이 신당동 떡볶이를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단 말인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였는지도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몇 번 먹으러 가려다 틀어지고 가려다 틀어진 기억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뇌리에 한번은 가봐야겠다고 각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한번 먹었으니 되었다.

다시 생각날만큼 맛난 것도 아니고

(아까 고기를 그리 많이 먹었으니 맛날 리가 없다.)

멋진 뷰나 세련된 그릇이나 공간인 것도 아니니

이제 리스트에서 의연하게 지우면 되겠다.

내 버킷리스트였으니 내가 계산하게 해달라고 애원을 하여 간신히 성공했다.


버킷리스트란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안하고 못하고 있었던 것을 적는 것이 맞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이룰 수 없는 꿈같은 것을 적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데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을 적어둔 것이 버킷리스트이다.

몇개가 더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가을 제주 여행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집에 오니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는 혈당스파이크인지 잠이 몰려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낮잠을 조금 잤다.(길게 자고 싶었는데 그것까지는 안되더라.)

아픈 남편은 친구랑 점심을 먹는다고 나갔는데 아직도 귀가 전이다.

세상에나. 나보다 더 체력이 좋은것이냐 뭐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저 또한 말린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할 수 없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지금 현재 가장 위로가 되는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남편도 버킷리스트 몇개쯤은 있을테니 말이다.

오늘 그것을 수행하고 오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너그럽게 생각해주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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