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갱년기는 언제 끝나는 것인가?
이번 주 일요일 내가 애정하는 <불꽃야구> 고척 직관이 안내된 것은 2주일쯤 전이다.
올해 들어 금손 지인님 찬스로 스카이석에서 몇 번 직관을 보았었다.
작년만해도 외야 4층 꼭대기를 전전하는 등산을 하고도 감지덕지 했었는데
금손 지인님을 알게 되고는 팔자가 폈고 간뎅이가 붓기 시작했다.
이번 주 일요일은 쉬다가 다음주 일정을 소화해야하니 다녀와서 힘들까 지레 걱정이 되었고
과감하게 직관을 패스하는 용기를 부리기로 했었다.
늘상 함께가는 후배가 이번에는 건너뛰자했었던 것도 결정의 중요 요인 중 한가지였다.
늘상 혼자 구경을 갔었는데 작년 후반부터 후배와 올해들어서 함께 팀으로 으싸으싸 구경했었던 기억이
너무 좋았었나보다.
다시 뻘쭘하게 혼자 가려니 그것도 마음에 걸리고 여차저차 건너뛰자고 마음먹었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런데 평창동행 아침 산책을 나가면서 갑자기
정말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주 월, 수, 금 강의에 목요일 특강 하나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꽃야구>에 지치지 않는
나의 팬심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지칠때가 되어가니 나 하나래도 힘을 보태주진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마자 고맙게도 지인들의 정보로
그 어렵다는 취소표 티켓팅에 성공했다.
정말 갑자기 느닷없이 마음이 변했다.
특별한 이유와 계기도 없이 말이다.
야채 듬뿍 넣은 삼양라면을 주문한 남편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삼양라면을 사는데 일단 실패했고
집에 라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라면 반개와 스프 2/3만 있고 나머지는 사리용면이었다.
다른 라면이라도 사러 나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할 수 없이 양파 가득, 마늘 다진 것 가득 넣고 청양고추 하나 잘게 썰어넣고는
조금있는 라면 스프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조금 더 추가하여 보도 듣도 못한 라면 스프 대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면을 넣어 끓이는데(이미 넣었는데)
남편이 <퍼진 라면 말고 꼬들 라면> 이라는 추가 주문을 넣는다.
갑자기 화가 뻗친다.
삼식이 남편에게 그리고 항암중인 남편에게
나름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해서 메뉴를 선정하고
세끼 밥을 해다 받치고 있는데
라면 수준까지 주문을 한다고? 너무 한 것 아니냐?
내가 <퍼진 라면과 꼬들 라면>까지 컨트롤할 정도의 미슐랭 세프는 아닌데
그리고 이미 면을 넣은 상태에서 그 말을 하니
기가 차고 화가 나서 좋은 말이 나가지 않는다.
<내가 그 정도까지 조절은 힘들다.>라는 팩트를 전달했는데 나의 기분나쁨이 더해졌나보다.
남편은 남편대로 화를 낸다.
꼬들 라면이 뭐가 어렵냐는 뉘앙스다.
아픈 사람이니 불쌍하고 내가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일순간 사라지고
자기밖에 모르고 내 말은 절대 듣지도 않고
80년대 수준의 꼰대 그 자체인 남편에 대한
극도의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생각 같아서는 라면을 직접 끓여먹지 그러냐고 쏘아주고 싶지만
이미 라면은 다 끓었고 할 수 없이 라면을 먹는 동안 둘이서 묵묵부답의 시간을 보냈다.
요새들어 갑자기 느닷없이 마음이 변한다.
왜 그런가를 생각할 여지도 없이 말이다.
내가 이렇게 즉흥적이었나 생각해보지만
이런 나도 나이고 나무도 매사에 조심스러운 나도 나이다.
갱년기라 마음이 들쑥날쑥한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나이가 이미 갱년기에서도 많이 지났다만)
이 묘한 내 마음의 변화를 달리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마음의 갱년기는 아직도 계속인가보다.
그렇게 기분나쁘게 라면을 먹고 해가 반짝 나온 점심 산책을 같이하는 것은 또 뭐냐?
종아리 알박혀서 걸음이 어그적 거리고 늦는 나보다는
남편이 더 씩씩하고 빠르게 걸었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은 또 뭐냐?
오늘은 더 이상 느닷없이 변하는 마음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저녁으로는 콩나물 황태국과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두부를 반 나누어 반은 그냥 굽고
나머지 반은 양념장에 졸였다.
선택의 여지를 남편에게 주고 싶어서였다만
아마도 콩나물 황태국과 그냥 구운 두부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것은 가능한데 <꼬들 라면>은 쉽지 않다.
일단 <꼬들 라면>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