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임을 직감하는 방법

지극히 개인적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 창문을 열었는데 그저께와는 사뭇 다른

바람의 강도와 습도와 온도가 느껴지면서 안방문이

쾅하고 닫힌다.


코가 간질거리고(알러지성 비염이 고질적으로 있다.)

반팔 반바지 통기성 최고인 여름용 실내복에 선뜻함이 느껴진다.


차가운 느낌의 방바닥에서 자는 것이 하나도 버겁지 않고

앏은 이불이래도 멀리하기 일쑤였으나

어느 시간부터인지 자동적으로다가

슬며시 침대로 올라와서 몸을 뒤척이고

이불을 양발사이에 꼬아서 끼우기 시작한다.


고양이 설이도 올해 지독한 더위에 지쳐서

욕실 바닥에 누워있는것을 즐겨했으나

이제 슬며시 침대 내 옆자리로 와서는

쌕쌕거리고 자고 있다.


반팔 옷차림에 얇은 가디건 차림으로

월례행사인 염색을 하러 지하철에 올랐는데

나보다 더 길고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이

객차 한 칸에 두어명이나 더 있다.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며칠 전 오랫만에 집 주위 산책에서

늘상 보던 식물들의 잎 색깔이 더 진한 녹색으로 반짝거리고

그 사이 사이로 열매들이 익어가는것을 지켜보았다.

대추도 감도 아직 색은 파랗치만

크기는 웬만큼 여물어보인다.

사진으로는 그 미묘한 차이와 성장을 다 담을수는 없다.


시원한 물 말은 밥에 오이지무침이나 꽈리고추볶음 그리고 양파짱아찌나 할 수 없이 집어먹었는데

오늘 아침 끓인 물을 가득 부어

애호박고추장 찌개와 호박나물을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어젯밤 오랫만에 배가 많이 고팠다.


가을이다.

오늘부로 나는 가을이 왔다고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다만 조금 천천이 여름이 물러가기를 희망한다.

원래 단칼에 헤어지면 섭섭한 법이다.

제발 추석 명절까지는

햇빛을 받는 곳은 기분좋게 따뜻하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지 않고 시원한

딱 그정도의 쾌적한 기온 25도 내외를 유지해주었음 하는건 나만의 희망사항일까?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가을 날씨와 하늘이었던 때가 분명 있었다. 내 기억에.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분명 여름이었는데

올해는 여름과의 이별이 그다지 아쉽지는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