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멋진 어느 주말

아깝다. 10월이 떠나가는 것이.

by 태생적 오지라퍼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최저기온이 5℃이하로 내려간다 한다.(슬프다.)

아직 가을 야구도 남았고(나는 사실 심정적으로는 오랫만에 올라간 팀 응원중이다.)

계절인데 한번쯤은 입어줘야 하는 가을 옷도 있고(이제 봄, 가을 옷은 필요치 않는 계절 구성이 된듯하다만)

10월도 아직 8일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억울한 마음이 불쑥 든다.

오늘, 내일 서울의 10월을 적극 즐겨보리라 마음먹는다.


교사 시절 맡아본 다양한 업무 중 연구부장이

제일 고약한 자리였던 것 같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을 만들어내는 자리이고

교무부장이 해야할 업무도 대신하고

교과부장이 해야할 업무도 대신하고

여하튼 새로 생기는 업무나 교장 취향의 업무

어디다 가져다놓기 애매모호한 업무는

대부분 연구부장에게 몰빵되었다.

물로 학교마다 다를 것이다만

내가 연구부장이었던 그 시절 그 학교는 그랬다.

아마도 내가 호구로 보여서 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내가 일이 취미이고

일노비 스타일이라고는 한다만

호구가 되는 것을 좋아라할 사람은 없다.

미친듯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일회용품인가 하는 느낌이 들때면 화가 나고 지치게 되었다.

그때가 딱 그랬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업무 전교사가 참여하는 비전선포식(공식 제목은 이랬지만 실상은 멋지게 포장한 회식)을 준비하라 했다.

근처 제일 잘 나가는 뷔페를 빌리고

(나의 수제자 도움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의 다음 해 희망 사항을 멋진 PPT로 만들고

무언가 색다른 것을 하나 넣고 싶다는 마음에

남성 중창단을 섭외하여

(그 뷔페가 결혼식장 뷔페여서 축가를 부르는 멤버 자료가 있었다.)

공연을 부탁했는데 그때 고른 곡목 중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있었다

물로 <후니쿨리 후니쿨라> 같은 신나는 노래도 있었다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힘들었던 그 날의 행사 중에

내 마음을 위로해준 것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그 노래와 가사였다.

그 행사일이 10월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10월에 들으면 더 멋지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찾아 이 글을 쓰는데 틀어놓았다.


11월이 되기 전에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번 주말을 오래토록 기억나게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잠시 고민해봤으나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다.

서울을 떠나면 하기 힘든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

일단 다 떨어져가는 화장품 사러 나서기는 할 예정이다.

내가 쓰는 변신용 화운데이션을 사고(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으니 2개 사면 내년 3월 개학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거다.)

겨울용 보습 립글로스도 사고(어떤 것은 바르면 입술이 더 땡긴다. 입술조차 예민한 스타일이라니)

아마도 서울을 떠나면 제일 그리워할지도 모르는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도 한 바퀴 돌아주고

옆 도서관에서 새로 나온 과학책 제목 한번 훑어주는 것으로 토요일을 보낼지 모르겠다.

있는 책도 다 못읽은 형편이다.

새 사무실에 책이 지천이만 읽을 여유가 없다.

그 옛날 시력을 버려가면서 읽던 책벌레였던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방학때 며칠 날 잡아 읽어야 할 각이다.

그러나 늘상 그랬던 것처럼 계획대로 되는 일상은 없으니

일단 냉장고 비우기 일환으로 조금 남은 핫케잌가루나 사용해서 조식 준비에 들어가보자.

일찍 일어났으나 꾸물꾸물하다가 이제야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진 것을 고양이 설이도 아는 듯

이번 주부터 새벽 네시 이후에는

내 침대 한 구석을 자기것인양 차지하고 있다.


(노트북 ㄴ 자판 고장 하나가 나의 글쓰기를 엄청 힘들게 만든다.

어떻게 처리해야할 것인가?

일주일째 고민중이다. 순간접착제는 실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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