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를 읽고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

by 작은손

장편소설이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처음이 힘들다. 온몸의 무게가 다리에서 느껴져 무겁다. 하지만 오를수록 몸은 가벼워지고 다리가 쉽게 올려지는 것처럼 책의 앞부분이 읽기 힘들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정체가 끝난 도로에서 속력을 올려 자동차가 질주하듯 책이 읽혔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고 했듯 책을 읽다가 두 번이나 단어와 문장 앞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것이 도끼가 되어 나의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주었다.


한 번은 '1분'이라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미모가 피에트라달바에 있는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방에서 본 카드다. 어떤 구실로도 저택 안으로는 들어가면 안 되는 석공이 지붕에서 떨어져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방에서 매트리스의 푹신함과 카드에 적힌 생일축하 카드를 보고 '귀족'의 삶을 엿본다. 그 느낌을 오롯이 느끼고 싶어 1분이라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훔칠 수 있기를 기도한다.


1분이 왜 내게 커다란 울림이 되었을까를 생각했다. 가장 먼저 역사 속의 노예와 하인들의 삶을 떠올렸다. 그들이 다른 이의 삶을 도와주는 생을 살면서 얼마나 간절히 누리고 싶었던 1분들이었을까. 내가 느꼈던 일이다. 학교에 병가를 내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교장, 교감선생님이 인사차 오셨다. 시골집이라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댓돌이 있다. 그곳에 나란히 놓여있는 두 분의 멋진 구두를 보는 순간 나는 얼음이 되어 버렸다. 내가 갈 수 없는 저 쪽의 세계로 느낀 것이다. 더는 내가 속할 수 없는 곳으로.


두 번째는 '거닐다'이다. 언제나 실용적인 걸음으로만 살아온 미모가 대 저택에서 주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실 수 있게 된 입장에서 넓은 공간을 거닐 수 있게 되었을 때다. 거닌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자유를 주고 한편으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치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산책을 즐기는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사소하지만 엄청난 것을 누린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고 있구나.


왜소증으로 키가 작고, 삼촌에게 노동착취를 당하던 미모가 비올라와 친구가 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책은 그에게 우주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조각을 하면서 외톨이가 아니고 미모 이전의, 이후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망치질 하나하나는 먼 곳에서부터 왔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서로의 소리를 듣게 되리라.' 사고의 확장은 그가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힘이 되어 행위를 낳고 건너가게 만들었다.


비올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똑똑함. '최악의 폭력'인 관습을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지적인 재산과 용기를 가진 여자. 남자들이 불편해하는 여자로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를 비웃을 수 있는 똑똑한 여자. 저자가 남자이면서 남자에 대해 이렇게 몹시 매섭고 세차게 비판할 수 있다니!


한 권의 소설이 줄 수 있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었다. 1900년대 전반기 파시스트 지도자인 무솔리니가 1인 독재 체제로 이탈리아를 세계대전 속으로 끌어들이며 재앙을 초래한다. 그 시대를 관통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2024년 12월 3일 일어난 계엄날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영혼의 무게를 재야 할 순간, 내가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하는 자"로 살아낸 사람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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