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원대한 꿈(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베스트셀러라도 한 권 나오면 건물도 올리고, 어! 내게 상처 줬던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기도 하고, 어! 문학상 하나 만들어서, 어! 똭! 어! 어! 어!)을 가지고 출판사를 차렸지만 정작 내게 책 출판을 의뢰하는 사람은 없었다.
책 기획이니, 편집이니, 교정이니, 도전하는 그 모든 것에는 실력보다 돈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니 저절로 "나는 무엇이 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생각을 해 낸 내가 정말 대견하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계동 한복판에 사무실을 얻어 버티는 것일까? 단지 나에게 상처 줬던 그들에게 센 척하려고, 허세 부리려고 매달 적지 않은 월세를 지불하는 무모함을 시전하는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무엇이 하고 싶었나?
오랜 기간 편집장으로 일을 하면서 했던 생각이 있었다. 한때 전자책이 종이책을 멸종시킬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종이책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 하지만 독자들의 독서 패턴은 변화무쌍하다. 그때 나는 청각을 이용하고 싶었다.
청각이야말로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제일 처음 발달시킨 감각이며 죽음에 이르기 직전까지 유지하는 감각이다. 이러한 청각을 미디어 콘텐츠와 융합시켜 독자들에게 문학을 소개하고, 그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문학을 소비하게 함으로써 문학이 가진 다양한 혜택 속에서 풍성한 삶을 살아가기 바랐다. 그것이 오디오북 및 오디오드라마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것도 그에 대한 방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위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그날부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의 동업과 해체, 홀로서기를 적극적으로 지켜보았고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함께 분노해 주셨던 선생님들 중 한 분이자 출판사 유튜브 채널을 책임지고 계시던 이OO 선생님이 링크 하나를 전해 주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세계 책의 날, 우리 동네 서점·출판사 라이브 참가사 신청 공고문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라이브방송이라니… 장비도 없는데…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순전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그 생각 하나에 모든 걱정들을 묻기로 했다.
나라고 못할 것은 없지 하는 생각이었다.
이OO 선생님과 콘텐츠를 짜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하며 문학 작품 하나를 완전히 박살내자는 취지로 희곡이 원작이 된 연극과 영화를 선정했다.
이를테면 온택트 문학생활!
(당시만 해도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박살내던 시기였다)
방송사로 선정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
오늘 하루 신났으면 되었으니까!
근데 눈물은 왜, 무엇 때문에 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