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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Oct 23. 2024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덧대어지는 잘못의 첫 번째 행

  덧대어지는 잘못의 첫 번째 행





  나의 잘못이 늘어날 때마다 

  다른 이의 마지막 행을 훔쳐보곤 했다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아니었는지 

  맺어지지 않는 나의 기도


  마지막 이전에는 

  달빛에 쪼개진 물을 밀며 전진하던 두 발이 

  여겨진 얼굴을 목소리처럼 끼워 놓고 간절히 웃던 얼룩이

  서로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기로 했던 귀 먼 밤이

  그 이전에는 그 이전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음계가 있었다

  무엇이든 타고 넘는 바람이 있었다 

  나무가 있었고 창문이 있었고 구석의 몸짓이 있었다

  나의 잘못은 그 첫 번째 행에 있었다 


  저렴한 희망과 가벼운 기대와 바짝 여윈 저녁이 시작되었다


  농담으로 이어졌던 거대한 所用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새의 깃털  

  아래로만 아래로만 가라앉는 무의미 


  첫 번째 잘못을 지우고 나니 어느새 두 번째 잘못이 처음인 것처럼 불쑥 드러났다 그렇게 세 번째가 두 번째가 되고 네 번째가 세 번째가 되는 동안 나는 처음과 마지막을 셀 수 없을까봐 자꾸 덧대어지는 잘못 위에도 잊히지 않는 하나의 순간만을 바랐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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