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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Oct 30. 2024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버리는 마음

  버리는 마음 





  드러나지 않은 마음을 안았습니다 

  두 팔이 저리도록 무거운 마음입니다 

  봄이 아직 오지 않았나요 


  누군가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운 친구들이 천천히 늙어갑니다 

  지친 가을의 낙엽이 발밑에서 부서집니다 


  피어나는 것은 부스러기입니까 먼지입니다 헛된 것입니까 혹독한 겨울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전적으로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뒤로 흐르다가 자취를 감추었던 것들에게서 

  완전히 멀어지는 중입니다 

  물이 고인 웅덩이를 조심하십시오 


  무엇을 숨겼습니까 


  다가오는 것들은 의도를 가집니다 

  의도를 알아채느라 허비했던 모멸을 생각합니다 

  가끔 후회하고 대체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절룩였던 마음이었을 뿐입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있습니다 


  누구의 얼굴입니까 


  아지랑이처럼 나약한 숨결입니다 길가에 피었던 봄의 뿌리인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증명되는 생명일지도 모릅니다 쓸모없는 효과입니다 


  어디를 향해 등을 돌렸습니까 


  서사의 얼룩은 영원할 것입니다 

  저마다 각자의 마음을 지고 먼 길을 떠납니다 

  같은 마음은 아니겠습니다만 간절했던 것은 

  살아내고자 했던, 그 마음이었습니까 


  드러내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안아듭니다 

  안쪽부터 허물어지는 바람입니다 

  거두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대로 흩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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