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다정하게
별을 보러가는 길이었어요
모두 모두 다정한
둔내 어디쯤 내렸어야 했는데
덜컹거리는 기차는
바다를 끌어다 내 앞에 출렁이게 했어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저 너머를
담아나 보자고, 그러자고, 혼잣말을 하는데
어디서부터 같이 걸었는지 할머니 한 분이
잘 곳은 정했냐고 넌지시 물어요
할머니는 한 생을 뒷짐 지듯 넘실대며 앞장서는데
겨우 맞잡은 두 손끝이 아슬하기만 한데요
오늘 나는 3만원에 한 생이 건너간 작은 방에서
가족의 모두였고 이제는 잊힌 얼굴이 된 액자 밑에 누워
지나온 유래를 알지 못하는 이불을 덮어요
그때 자박자박 걷는 소리가 들려요
누가 이 저녁에 할머니 뒷짐을 따랐나 궁금했지만
창가에 그득한 달빛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짧은 낮을 통과하느라 급했던 내 걸음 위에도
부풀었다가 사그라졌던 꿈 위에도 모두 모두 다정하게
아름다운 빛이 되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