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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Nov 06. 2024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다정하게

다정하게  





별을 보러가는 길이었어요

모두 모두 다정한 

둔내 어디쯤 내렸어야 했는데

덜컹거리는 기차는 

바다를 끌어다 내 앞에 출렁이게 했어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저 너머를 

담아나 보자고, 그러자고, 혼잣말을 하는데

어디서부터 같이 걸었는지 할머니 한 분이 

잘 곳은 정했냐고 넌지시 물어요 


할머니는 한 생을 뒷짐 지듯 넘실대며 앞장서는데

겨우 맞잡은 두 손끝이 아슬하기만 한데요


오늘 나는 3만원에 한 생이 건너간 작은 방에서

가족의 모두였고 이제는 잊힌 얼굴이 된 액자 밑에 누워

지나온 유래를 알지 못하는 이불을 덮어요 


그때 자박자박 걷는 소리가 들려요

누가 이 저녁에 할머니 뒷짐을 따랐나 궁금했지만 

창가에 그득한 달빛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짧은 낮을 통과하느라 급했던 내 걸음 위에도 

부풀었다가 사그라졌던 꿈 위에도 모두 모두 다정하게 

아름다운 빛이 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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