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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Oct 16. 2024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어딘가로 흘러가는 한 줄

어딘가로 흘러가는 한 줄





하나의 줄로 구조된 바다. 


그것은 너무 흔합니다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바닥을 친 손에서 새를 꺼냈다


(하품, 머리를 가로젓는)


나는 부랴부랴 새를 집어넣고 모자를 꺼내려다 슬그머니 넣었다

꺼내놓을 것이 없어서 속주머니와 소매 단을 한동안 뒤적였다


거기 그 마음은 어디다 쓸 거요


쓸 수 있는 마음 같은 건 이미 없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고백이 튀어나왔다 


잠깐 졸다 오면 안 될까요?


도통 나아지는 게 없네요

흔하지만 귀중한 것을 내놓으시면 됩니다

거기에 애달픈 사연 하나 버무리세요

이를테면 절망이라든가 공포라든가 


나는 난감했다

이미 고백한 뒤였으므로 

퍼 올릴 것이 없는 마른 우물우물우물이었다 


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한 것들은 반드시 차오릅니다


아름다운 충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는 마침표를 지웠다 


바다 혹은 구조 혹은 처음의 그 한 줄이 어딘가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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