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시작하는 브런치

몇년동안 생각만 하던 글쓰기, 새로운 삶 속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by 조각

20여년 간 늘 기록을 했다. 초등학생 땐 매일 일기를 썼고, 중학생 때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져서, 스티커와 형형색색의 펜으로 다이어리를 꾸몄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사는게 바빠져서 매일 기록할 수는 없었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 침대에 앉아 일주일을 돌아보며 일기를 쓰는 시간이 나를 정돈했다. 대학생일 때도, 수험생일 때도, 8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주말 오전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일기를 쓰고 있으면 어느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조각 조각 정돈되어 종이에 남았다. 특히나 힘들어 소진되던 기간에는 일기를 쓸 힘을 내기가 어려웠고, 한참이 지나 다시 일기를 쓰면 다시금 깨달았다. 주말 오전 글을 쓰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고.


스스로를 '기록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이사 때마다 수십 권의 일기장을 소중히 짊어 지고 다니고, 한 권 한 권의 일기장을 차곡 차곡 모아 책장 한켠을 가득 채우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는 8년 간의 직장 생활 끝에 삶의 큰 변화를 겪게 되었고, 3주를 지내고 생각한다. 아, 지금이 몇년 간 생각만 하던 브런치를 시작할 때구나- 하고.


대한민국에서의 학생으로, 성실한 직장인으로, 남들과 똑같이 소진되는 하루 하루 속에 즐거운 순간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살았다.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통근 버스에 몸을 싣고, 사무실에 앉아 지쳐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애써 힘을 내고. 지난 날의 일기를 읽으며, 그 땐 이렇게 힘들었지만 그 시간도 잘 지나쳐왔다며 스스로를 대견해 하기도, 안쓰러워 하기도 하면서. 많지 않은 좋은 순간들을 조각 조각 모아 기록하면서.


그런데,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단 20일의 생활에 깨달았다. 이런 삶도 있구나. 어딘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애쓰지 않고도 삶을 살고 있구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상투적이지만, 여기서 2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의 생활에 새겨,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더라도 애쓰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몇 년 간 마음으로만 생각하던 이 공간에 제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새로이 배우는 삶의 조각들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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