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각 Jan 17. 2024

멍하니 핸드폰 보는 대신 사람 그리는 한 주

사람 그리기 연습-인체, 단순한 동세 그리기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슥 슥 내리며 무표정하게 짧은 콘텐츠를 보는 내 모습. 릴스나 숏츠가 지나가고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에 가끔 웃었다가 이내 무표정하게 돌아가는 내 모습. 그 모습은 딱히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책읽기도 글쓰기도 집중이 쉽지 않다. 코로나로 앓고 나서 그런가 싶다가도 아무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손가락만 드문 드문 움직이면 되는 짧은 콘텐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달리 책 읽는 것, 글을 쓰는 것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바지런히 생각하는게 필요하다. 그래서 연재를 시작했다. 어반 스케치 잘 하고 싶어서 쓰는 글! 그 덕분에 일과를 다 마치고 난 밤, 평소라면 소파나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에 음악을 켜고 아이패드를 챙겨 앉았다. 일주일 후에 또 한 편의 글을 쓰려면 그려놓은 게 있어야 하니까. 그 마음이 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쯤 스스로가 좋아졌다.


  책 읽거나 글 쓸때는 가사가 없는 클래식이나 재즈만 듣는데, 간만에 그 시절 발라드를 틀었다. 성시경이나 김동률, 김범수의 절절한 목소리에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 자연스럽게 따라부르며 첫 주의 목표인 사람의 동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진첩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그림으로 옮겨보려 하자 내가 인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는 동그란데 머리에 비해 몸의 크기가 얼만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상체를 그렸는데 다리 길이가 얼만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사진을 관찰한 다음에 옮겨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사람을 수 없이 관찰하고 그려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빠르고 쉬운 길이 좋다. 그래서 유투브를 켜서 사람 그리기, 인체 그리기 같은 것을 검색하고 전공자들이 설명해둔 것을 보았다. 릴스나 숏츠를 멍하니 보는 나는 싫지만, 유투브에 일반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것을 정성껏 풀어놓은 것은 좋다. 그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질 좋은 배움을 얻는다.


  사람의 뼈와 근육의 모양을 바탕으로 평균적인 비율과 몸의 모양을 설명한 영상이 특히 유용했다. 강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다시 내 친구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처음보단 할만 했지만 너무 역동적이라 어려워서 아이돌의 사진을 찾았다. 아이브의 사진을 프로크리에이터 앱의 스케치북에 띄워놓고 그 위로 몸의 중심을 표시하고 비례를 생각하며 따라 그렸다. 이들의 얼굴은 너무 작고 다리가 너무 길어서 평균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예쁘니까 따라 그리는게 즐거웠다. 그러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릴스나 숏츠를 보면서도 한 시간은 후딱 지나가지만 사람을 그리는게 왜 어려운지 생각하고, 뭔가를 찾아서 방법을 얻고, 이를 적용해보는 한 시간은 몰입의 정도가 달랐다. 다른 것을 다 잊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능동적으로 하는 기분은 산뜻하다. 시작하는 기분이 퍽 마음에 든다.


  다음날부터는 걷는 사람의 이미지를 띄워 놓고 머리와 몸과 다리를 대략적으로 그리고, 특별한 동세를 표현하는 것에 유의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려나갔다. 시간이 없고 피곤한 날에는 한 명만 그렸고, 좀 더 괜찮은 날엔 두 명을 그렸다. 사람을 그리는 것은 전혀 익숙하지가 않아서 에너지가 많이 든다. 하지만 바깥에서 맘에 드는 풍경을 만났을 때 그 풍경 속 생생한 사람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조금씩이라도 그리는 지금이 좋았다. 어느 날에는 최강 야구를 보다가 야구 선수들의 동세를 뜯어보았다. 머리의 위치, 상체와 하체의 비율과 팔과 다리가 구부러진 정도 같은 것들. 그러자 그들의 준비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타자는 얼마나 제각각인지, 체형이 얼마나 다른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준비 자세를 그려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사람 그리는게 좀 나아졌냐 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매일 모르겠고, 매일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핸드폰을 손에 쥐고 밤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든다. 아직은 일주일밖에 안되었지만, 이 생활이 습관이 된다면 매일 조금씩 더 그리고 그러면 더 익숙하고 편해지고, 그러면 더 쉽게 자주 그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